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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Review

시간의 흐름이 진보를 담보하는가? 시간의 흐름이 진보를 담보하는가?- 올리버 스톤의 문제작 시간은 흐른다. 어느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이 인간 의식의 진보를 담보해 주지는 않아 보인다. 최근 올리버 스톤의 1991년작 를 감독판으로 다시 본 느낌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그렇다. 지금의 시각으로 볼 때, 음모론은 헐리웃의 단골메뉴다. 이런 음모론을 대중화시킨 작품이 바로 였다. 영화는 뉴올리언즈 지방검사인 짐 개리슨의 입을 빌어 케네디 암살 배후에 보이지 않는 음모가 도사리고 있으며, 미국 정부가 이를 은폐했다고 주장한다. 오리지널보다 17분 가량 추가된 감독판에서는 이런 메시지가 보다 선명하게 강조됐다. 영화를 처음 봤을때나 지금 다시 볼때나 감독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 JFK 한 걸음 더 들어가보자... 더보기
미국과 북한, 누가 더 위협적 존재일까? 미국과 북한, 누가 더 위협적 존재일까?- 제라드 버틀러 주연의 헐리웃은 은연중에 미국의 지배이데올로기를 드러낸다. 영화 곳곳에 지배이데올로기를 숨겨 놓고 관객들의 의식에 교묘히 파고든다. 지난 해 6월 개봉했다가 조용히 간판을 내린 은 미국이 한반도를 바라보는 시각과 지배전략이 잘 드러난 영화다.* 백악관 최후의 날 이야기의 뼈대는 무척 단순하다. 북한 출신 과격무장 조직이 백악관을 초토화시키고, 이에 맞서 백악관 특수경호 요원 제이크 배닝(제라드 버틀러)이 영웅적인 활약을 펼쳐 미국 대통령을 구출해 낸다는 것이다. 영화가 그리는 북한군 특수요원들은 천하무적이다. 이들은 19세기 이후 아무도 해내지 못했던 백악관 점령을 단 13분 만에 완성하고 애셔 미 대통령(아론 애크하트)과 한국 총리 및 고위 각료.. 더보기
캡틴 아메리카] 시대를 초월한 정직함의 화신 시대를 초월한 정직함의 화신 - 크리스 에반스 주연의 "강한 힘에는 막중한 책임이 따른다."With great power comes with great responsibility. 마블 코믹스의 간판 수퍼 히어로 에서 삼촌 벤이 성장통을 겪는 조카 피터에게 건넨 조언이다. 사실 벤 삼촌의 조언은 , , 등 마블 코믹스 수퍼히어로 시리즈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다. 지금 다룰 의 주제의식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는다. 의 주인공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는 원래 브룩클릭 뒷골목 출신의 몸무게 40kg에 불과한 왜소한 젊은이였다. 그럼에도 그는 착하고 순수하며 불의에 분노할 줄 알고, 뒷골목 깡패에게 흠씬 두들겨 맞으면서도 포기할 줄 모른다. 또 나치와 맞서 싸우기 위해 다섯 번이나 군 입대를 신청한다. 군은 .. 더보기
[더 파크랜드] 극명히 대비된 두 사람의 죽음 극명히 대비된 두 사람의 죽음 - 케네디와 오스왈드의 죽음을 다룬 * 1963년 11월22일 오후 12시30분, 존 F. 케네디 대통령 부부를 태운 무개차가 미국 텍사스 주 댈러스 시 데일리 광장을 천천히 지나고 있었다. 이 순간 갑자기 총성이 세 차례 울려 퍼졌다. 대통령은 피투성이가 됐고 광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피터 랜즈먼 감독의 영화 는 바로 이 시점부터 이야기를 풀어간다. 피투성이가 된 대통령은 인근에 위치한 파크랜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된다. 병원 의료진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한다. TV에서 보던 미남 대통령이 머리에 총을 맞은 채 응급실에 실려 온 상황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응급수술 담당의인 찰스 짐 제리코(잭 애프론 분)는 꺼져가는 목숨을 살리려 애쓴다. 그러나 생.. 더보기
부도덕한 권력의 횡포에 맞선 선택 부도덕한 권력의 횡포에 맞선 선택 - 권력은 양날의 칼날과 같다.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생명을 살리는 메스가 될 수도, 아니면 누군가의 생명을 빼앗는 흉기가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만약 부도덕한 권력자가 권력을 마구 휘둘러 약자를 다치게 한다면, 이때 약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미하엘 콜하스의 선택 독일의 극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1777~1811)의 원작을 극화한 은 이런 의문을 품게 만드는 영화다. 말 장수였던 미하엘 콜하스는 민란을 일으킨다. 발단은 아주 사소한데서 비롯됐다. 남작은 통행세를 요구했고, 이에 미하엘 콜하스는 통행세 지불을 약속하고 자신의 길을 간다. 이 와중에 남작은 콜하스가 맡겨 놓은 말을 함부로 부려 큰 부상을 입게 한다. 콜하스의 하인은 거세게 반발한다.. 더보기
다이애나] 전설이 된 이름을 추억하며.... 전설이 된 이름을 추억하며....- 나오미 왓츠 주연의 다이애나 스펜서, 다이애나 왕세자비로 잘 알려진 여인. 세상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녀는 단 한 남자의 사랑을 얻지 못하고 의문투성이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삶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유명인사의 삶이 꼭 행복하지는 않다는 걸 보여준다. * 다이애나 영화 는 화려함 속에 숨겨진, 한 여성으로서의 흔적을 복기한다. 타이틀 롤 다이애나 역을 맡은 나오미 왓츠의 연기는 실로 눈부시다. 나오미 와츠는 흡사 다이애나비가 환생한 것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할 정도로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그런데 세인트 폴 성당에서의 화려한 결혼이라든지 영국 왕실의 비밀스런 내막 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일찌감치 접는 것이 좋다. 그녀가 .. 더보기
노예12년] 존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 존엄을 지키기 위한 처절한 사투 - 솔로몬 노섭의 자전적 이야기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하다. 그러나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존엄을 무참하게 유린하기도 한다. 솔로몬 노섭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영화화한 스티브 맥퀸 감독의 은 한 인간이 피부색이 다른 인간에게 제도적으로 폭력을 가한 사실의 기록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19세기 미국에서 흑인 노예 노동이 얼마나 야수적으로 이뤄졌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이 영화를 이해하려면 당시로 돌아가 보아야 한다. 남북전쟁 발발 직전까지 조지아, 앨라배마, 미시시피, 루이지애나 등 미국 남부주들에선 목화생산이 급속히 늘어났다. 그런데 목화를 재배하고 목화솜을 따기 위해선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이런 노동수요를 채운 것이 바로 아프리카에서 수입.. 더보기
1987년 로보캅 VS 2014년 로보캅, 원작의 승리 1987년 로보캅 VS 2014년 로보캅, 원작의 승리 - 기술 진보가 인문학적 감수성과 직결되지 않아 1987년과 2014년 사이엔 27년의 간극이 존재한다. 이 사이 영화 기술은 진보에 진보를 거듭했다. '포레스트 검프' 같이 수십 년 전 뉴스 자료 화면에 배우를 출연시키는 일은 이제 기본이고 '그래비티' 처럼 우주공간을 3차원 입체화면으로 거뜬히 구현해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인간과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인문학적 감수성이 기술진보와 반드시 정비례하지 않는다. 도리어 지금 시대에 만연한 상업주의가 지난 날의 작가정신을 퇴색시킬 수도 있다. 폴 버호벤 감독의 1987년 원작을 리메이크한 '로보캅'이 그런 경우다. 1987년 오리지널 '로보캅' * 폴 버호벤작, '로보캅'(1987) 원작의 사회적 배경.. 더보기
21세기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21세기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또 하나의 약속', 보이지 않는 외압에 휘청 구약성서에 기록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약자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어주는 소재로 인용돼 왔다. 2천 년이 지난 지금,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은 성서의 전승에 머무르지 않는다. 역사상 그 어느 때 보다 정부와 기업의 힘은 커졌고, 이와 반비례해 개인의 힘은 날로 왜소해져만 갔다. 정부와 기업이 권력과 자본을 등에 업고 횡포를 부릴 때 한 개인이 맞서기는 너무나도 벅차다. 그러나 다윗이 돌팔매 하나로 골리앗을 때려 눕혔듯 종종 한 개인이 정부와 기업의 횡포에 제동을 거는 일이 전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 황유미 씨의 사연을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은 골리앗과도 같은 거대 기업에 맞선 .. 더보기
화려한 액션에 숨은 힘의 논리 화려한 액션에 숨은 힘의 논리- 잭 라이언 : 코드 네임 쉐도우 폴 그린그래스 감독의 '본 슈프리머시', '본 얼티메이텀' 이후 모든 액션 영화들은 본 시리즈를 답습하거나 뛰어 넘으려는 시도였다. 한국 영화 '용의자', 그리고 아론 애크하트 주연의 '하드 데이'는 본 시리즈의 영향이 어디까지 미쳤는지 잘 보여준다. 위에서 언급한 영화들이 본 시리즈를 답습했던 시도라면 캐네스 브레너 감독의 신작 '잭 라이언 : 코드네임 쉐도우'는 본 시리즈를 뛰어넘으려는 시도일 것이다. 주인공 잭 라이언(크리스 파인즈)은 영국의 명문인 런던 정경대(LSE)에서 수학한 경제학도다. 그러다가 9.11 테러를 목격한 뒤 해병대에 자원입대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임무 수행 중 치명적인 부상을 당한다. 그러나 그를 지켜보던 C..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