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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과연 행동할 수 있는가? - 영화 <도가니> 열풍 단상


도가니
감독 황동혁 (2011 / 한국)
출연 공유,정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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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영화 <도가니>

과연 행동할 수 있는가?
- 영화 <도가니> 열풍 단상

2011년 가을 극장가에서 가장 화제가 되는 작품은 공지영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 한 <도가니>다. 이 영화 <도가니>는 트위터에서 입소문을 타고 알음알음 알려지더니 시사회가 시작되면서 태풍의 눈으로 부각되기 시작했다. 특히 개봉 전 있었던 유료 시사회에 관객들이 이례적으로 몰리는 기현상까지 나타났다. <도가니>의 개봉일인 22일 12만 557명이 영화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런데 유료시사 관객까지 합치면 총 22만 7,315명이다. 개봉 전 시사회에서만 벌써 10만의 관객을 동원한 것이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 서비스에 올라온 반응을 보건데, 앞으로 <도가니>는 엄청난 돌풍을 이어갈 것이 분명하다.


영화 <도가니>의 이야기는 여러모로 불편하다.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 가해자만을 옹호하는 교회와 사회의 일그러진 태도,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버린 법정공방.... 무엇보다 <도가니>에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사건이 실화라는 대목은 할 말을 잃게 만든다. 영화의 실제 배경이었던 광주 인화학교는 버젓이 학교 영업(?)을 계속하고 있으며, 더욱 기가 막힌 건 성폭행 사건의 최초 제보자인 보육사 전모 씨를 해고했다. 학교의 치부를 외부로 발설한데 따른 보복조치인 셈이다. 그런데 더더욱 서글픈 사실은 광주 인화학교의 성폭력 사건이 언제 어디서든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고 나온 관객들은 대체로 씁쓸하다, 답답하다는 반응이다. 아이들에게 끔찍한 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사건이 메조지 된 이 사회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곰곰이 고민해보자.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옛말처럼 한국 사회는 내부의 결속과 인화, 그리고 봐주기가 미덕으로 간주되는 사회다. 역으로 내부의 치부를 고발하면 잔혹할 정도의 보복이 뒤따르는, 불관용이 횡행하는 사회다.


이런 현실에서 몇 가지 드는 의문이다. <도가니>에 그려진 현실로 인해 무력감을 느꼈다면, 정작 자신은 이렇게 답답하고 씁쓸한 현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지내는가? 만약 자신이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혹은 매주 일요일 마다 출석하고 있는 교회에서, 아니면 자신의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과연 <도가니>의 주인공 강인호와 같이 자신이 속한 공동체 내부를 향해 분연히 잘못됐다고 외칠 수 있는가? 사건의 피해자가 자신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다고 해도 정말로 강인호처럼 상처 받은 약자를 위해 자신에게 쏟아질 온갖 비난과 조소를 감내할 수 있는가? 정말로?


역으로, 혹 영화와 비슷한 일을 실제 목격했음에도 불이익이 두려워, 아니면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어 못 본 척 지나가지 않았나? 아무리 정의가 결여된 사회라지만 '정의가 밥 먹여주나?'는 식의 냉소로 일관하지 않았나? 아니, 백보 양보해 양심의 울림에 기울일 귀라도 있었던가?


영화 <도가니>의 돌풍을 입에 올리기에 앞서, 영화가 제기하는 양심의 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희미하게 울려 퍼지는 양심의 소리를 제대로 읽어내지 못하면, 영화 <도가니> 열풍은 한때 거칠게 일었던 찻잔 속의 태풍으로만 기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