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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도가니>의 실제 사건 1심 공판을 맡았던 임은정 검사가 원작을 보고 자신의 느낌을 적은 글이 화제다. 임 검사의 글에서 '법에도 눈물이 있다'는 옛 격언을 떠올린다.
다른 한편으로 "(피고측)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장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 그리고 "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 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는 대목에선 이루 말할 수 없는 울분을 느낀다. 문득 이런 의문이 뇌리를 스쳐간다.
과연 법은 정의로울 수 있을까?
'광주 인화원..도가니..'
어제 도가니를 보고 그 때 기억이 떠올라 밤잠을 설쳤습니다.
부은 얼굴로 출근했더니 광주지검 해명자료가 게시되어 있네요.
2007년 상반기 공판검사로 광주 인화원 사건의 피해자들을 증인신문하고 현장검증을 하였었는데..
그걸 아는 친구들이 로펌 제의를 받았는데 왜 아직 검찰에 있냐고 농을 하길래 하반기 공판 검사님이 제의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그리 손사래 칩니다.
피해자들로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재판 결과에 경찰, 검찰, 변호사, 법원의 유착이 있을것이라고 오해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싶습니다.
속상한 마음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자화상을 반성하는 기촉제가 된다면, 그리하여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또다른 도가니를 막을 수 있다면 감수하지 못할 바가 아니겠지요. 증인 신문을 하며...책을 읽으며...느꼈던 소감을 싸이월드에 일기로 그때그때 적어놓았는데, 이를 공판 관여 검사의 해명자료로 갈음합니다.
2007. 3. 12
오늘 내가 특히 민감한 성폭력 사건 재판이 있었다.
6시간에 걸친 증인 신문시 이례적으로 법정은 고요하다.
법정을 가득 채운 농아자들은 수화로 이 세상을 향해 소리 없이 울부짖는다.
그 분노에, 그 절망에 터럭 하나가 올올이 곤두선 느낌.
어렸을 적부터 지속되어온 짓밟힘에 익숙해져버린 아이들도 있고, 끌어오르는 분노에 치를 떠는 아이들도 있고...
눈물을 말리며 그 손짓을, 그 몸짓을, 그 아우성을 본다.
변호사들은 그 증인들을 거짓말장이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막을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본분을 다하는 것일텐데, 어찌 막을 수가 있을까.
피해자들 대신 세상을 향해 울부짖어 주는 것, 이들 대신 싸워주는 것, 그리하여 이들에게 이 세상은 살아볼만한 곳이라는 희망을 주는 것.
변호사들이 피고인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해야겠지.
해야만 할 일이다.
2009. 9. 20
도가니...
베스트셀러란 말을 익히 들었지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내가 잘 아는 아이들의 이야기인 걸 알기에..
어제 친구들을 기다리며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결국 구입하고, 빨려들 듯 읽어버렸다.
가명이라 해서 어찌 모를까
아, 그 아이구나, 그 아이구나.. 신음하며 책장을 넘긴다.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면 한 발 물러서서 사건을 바라보아야 하지만, 더러는 피해자에게 감정이입이 되버려 눈물을 말려야 할 때가 더러 있다.
그 사건 역시 그러했고...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되었지만, 2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왔다는 뉴스를 들었다.
2심에서 어떠한 양형요소가 추가되었는지 알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성폭력에 관대한
선고 형량을 잘 아는 나로서는 분노하는 피해자들처럼 황당해하지 않지만, 치가 떨린다...
법정이 터져나갈 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던 그 열기가, 소리없는 비명이 기억 저편을 박차고 나온다.
정신이 번쩍 든다.
내가 대신 싸워주어야 할 사회적 약자들의 절박한 아우성이 밀려든다.
그날 법정에서 피가 나도록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말려가며 한 다짐을 다시 내 가슴에 새긴다.
정의를 바로잡는 것.
저들을 대신해서 세상에 소리쳐 주는 것.
난 대한민국 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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