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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Review

밀리언 달러 베이비] 나의 소중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4 / 미국)
출연 클린트 이스트우드,힐러리 스웽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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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리언 달러 베이비] 나의 소중한....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의 이야기는 그의 생김새만큼이나 무뚝뚝하다. 그렇지만 그의 이야기는 가슴 속 깊이 조용하게 스며들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무엇보다 그는 사회의 병폐로 인해 상처입고 아파하는 이들을 연민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그는 날개 꺾인 영혼들에게 찾아가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주고 싸매어 준다.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그는 냉혈한으로 기억됐었다. 그는 그의 분신과도 같은 매그넘 44구경 권총에 의지해 사회를 좀먹는 병폐들과 전면전쟁을 벌였었다. 그가 사회의 암적 존재들에게 보내는 최후통첩은 몸서리가 처질이만치 써늘하다.


그래, 어디 덤빌 테면 덤벼봐. 오늘은 나의 날이야!!!!

Come on, go ahead. Make my day!!!!


세월의 흐름과 함께 찾아온 인생의 깊이였을까.... 그는 어느 새 냉혹한 수사관에서 사회의 언저리를 맴돌 수밖엔 없는 가련한 영혼들의 수호천사로 변신해 있었다. 가녀린 영혼들을 바라보는 연민어린 시선은 지난 해 선보인 "미스틱 리버"에 잘 나타나 있다. 그는 이 영화 "미스틱 리버"를 통해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이 남겨 놓은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세 친구에게 한없는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그런 그가 이번엔 챔프를 꿈꾸는 식당 여종업원에게로 다가선다. 그 작품이 바로 <밀리언 달러 베이비>. 그는 이 작품에서 노트레이너 프랭키로 분해 복싱에 대한 남다른 열정을 지닌 식당 여종업원 매기 핏제럴드(힐러리 스웽크扮)의 불꽃같은 삶의 궤적을 예의 무뚝뚝하게 쫓아간다.


복싱에 남다른 애정과 열정을 지닌 매기, 그녀에겐 복싱에 열정을 쏟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그저 자랑할 것이라곤 몸무게밖엔 없는 그녀의 어머니, 감옥에 가 있는 오빠, 미혼모인 여동생, 그리고 16살 때부터 지금까지 식당 종업원을 전전하는 자신.... 그런 그녀에게 "이 빌어먹을 놈의(God damn)" 복싱은 울분의 배출구이자 삶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것이다.


그녀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프랭키, 하지만 그녀의 열정을 못 본채 할 수 없어 결국 그녀에게 복싱을 가르친다. 자신을 대장(Boss)이라고 부르며 좋아라하는 매기, 그녀는 프랭키의 지도에 힘입어 승승장구한다. 무섭게 성장하는 매기를 가까이서 바라보던 프랭키는 차츰 그녀에게 혈육의 정을 느끼게 된다. 그 역시 자신의 외동딸에게 철저하게 외면당하는 상처 입은 영혼이었기에. 그래서 프랭키는 자신의 딸에게 주지 못했던 혈육의 정을 매기에게 전해준다.


그렇지만 기쁨도 잠시.... 무한히 질주할 것만 같았던 매기에게 화가 닥쳐 오고야만다. 청천벽력과도 같은 불행, 그 불행의 한 가운데 내던져진 매기. 프랭키는 불행의 심연 속으로 빠져 들어가는 매기를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다. 어떻게든 매기의 짐을 덜어주려 애쓰는 프랭키, 그는 고뇌에 휩싸인다. 하늘에 계신 그분께 간절히 기도해 보지만 하나님의 대언자라는 사제는 그분께 모든 걸 맡기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전언만 남길 뿐이다.


고뇌에 휩싸여 지낸 몇 날 후, 끝내 프랭키는 그녀에게 기회를 주기로 결심한다. 매기가 승승장구 하던 시절, 프랭키는 연전연승을 거듭하는 그녀에게 "모쿠슈라"라는 닉네임을 지어 준 적이 있었다. 관중들은 "모쿠슈라"를 연호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매기는 그 뜻을 몰랐고 또 그 어느 누구도 그 의미를 그녀에게 가르쳐 주지도 않았다.


프랭키는 매기에게 작별인사를 대신해 닉네임의 의미를 나직이 속삭여준다.


나의 소중한,
나의 혈육


My darling,

My Blood.


프랭키의 작별인사, 보는 이의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드는 감동적인 메시지가 아닐 수 없다. 이 작별인사는 상처 입은 영혼의 치유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세상의 모든 날개 꺾인 영혼들에게 보내는 격려사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