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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헐리웃 최고의 흥행 청부사 마이클 베이




영화는 '작품'인 동시에 '상품'이다. 영화가 갖는 두 속성 가운데 어떤 측면에 주안점을 놓느냐에 따라 영화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가 달라진다. 작품성은 논외로 하고 영화의 상품성만 놓고 보았을 때, 마이클 베이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어 내는 감독 중의 한 사람일 것이다.


그의 영화는 언제나 현란하고 언제나 숨 가쁘다. 그의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기분이다. 무엇보다 마이클 베이의 영화는 영화가 보여줄 수 있는 모든 시각적 요소들을 다 보여준다. 하지만 찬찬히 되짚어 보면 그의 영화가 다루는 주제들은 사뭇 진지하기만 하다.


1996년 그야말로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더 록>은 거짓으로 일관하는 美 정부당국의 행태에 반기를 든 해병 특전단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여져 있으며 2001년作 <진주만>은 일본의 진주만 공습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리고 1998년作 <아마겟돈>은 종말위기를 맞은 지구의 운명을 그린다. 한편 2005년作 <아일랜드>는 인간복제를 주제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특히 <아일랜드>가 개봉될 당시는 황우석 박사의 생명공학 연구가 집중 조명을 받고 있던 시점이기도 해서 국내팬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한결 같이 진지한 사유를 요구하는 주제들이지만 마이클 베이는 이런 무거운 주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볼거리로 바꾸어 버린다. 지난 2007년 한국 개봉 당시 무려 750만 관객을 동원했던 <트랜스포머>, 그리고 2009년과 2011년 잇달아 개봉된 <트랜스포머> 2, 3편은 그의 연출력의 결정체다.


 

<트랜스포머> 3부작 역시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보기에 따라선 꽤 의미심장한 주제들이 스며 있다. 이를 테면 외계 생명체의 존재를 은폐한 미국 정부의 비밀주의, 인류의 시원(始原), 그리고 인간과 기계의 공존 등등. 그러나 <트랜스포머>가 다루는 주제들은 그저 볼거리의 일부일 뿐이다. 2시간여의 상영시간이 어떻게 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숨 가쁘게 이어지는 변신로봇의 액션은 현란하기 그지없다. 특히 4D 버전으로 제작한 3편의 마지막 30분은 경이 그 자체다.


세계최고 흥행감독, 한국 시장에 남다른 관심 기울여


마이클 베이는 한국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마이클 베이는 지난 2009년 6월 <트랜스포머>의 속편 <트랜스포머2 - 패자의 역습>을 들고 한국을 찾았었다. 주연배우인 샤이아 라보프와 메간 폭스도 동행했다. 원래 계획에 없던 일정이었지만 마이클 베이가 강력히 주장해 한국행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전편인 <트랜스포머>는 세계시장에서 7억 달러를 벌어 들였다. 그런데 세계시장에서 한국이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흥행수익을 안겨다 줬다. 마이클 베이가 한국행을 강력히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어렵사리 이뤄진 한국행이었지만 악천후와 행사 진행 측의 준비 소홀로 마이클 베이 일행의 한국 일정은 계속해서 차질을 빚었다. 취재진들이 취재를 거부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마이클 베이는 최고의 흥행감독 다운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한국 도착 당일, 마이클 베이는 장대비를 맞으며 자신들을 기다려준 팬들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는 한편 행사장에 운집해 있던 팬들 모두를 시사회에 초대했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미국으로 돌아가 사과문을 보냈다. 한국에서의 일정지연에 대한 사과와 함께 <트랜스포머>에 대한 한국 팬과 취재진들의 계속적인 성원을 부탁하는 내용이었다.


이제까지 마이클 베이는 쉽사리 접근할 수 없는 소재들을 재료로 현란한 볼거리를 만들어 내 엄청난 흥행수익으로 연결시켜왔다. <더 록>, 드라마 <CSI>의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 드림웍스의 스티븐 스필버그 등 헐리웃의 '큰 손'들은 그에게 엄청난 자금을 지원해주며 연출을 의뢰한다. 철저하게 '돈'의 논리로 움직이는 헐리웃에서 이런 일은 당연한 귀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