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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영원한 "별 중의 별"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원한 "별 중의 별" 클린트 이스트우드
되짚어 보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작품세계


고사성어 가운데 '노익장(老益壯)'이라는 성어가 있다. 나이 들어 더욱 왕성함을 과시한다는 뜻이다. 올해로 82세가 되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노익장, 즉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인생의 깊이가 배어져 나오는 진정한 스타의 표상이다.


일찍이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마카로니 웨스턴의 명작 <석양의 무법자(The Good, the Bad and the Ugly)>를 비롯한 일련의 마카로니 웨스턴 영화들과 더티 해리 시리즈 등에 출연, 배우로서 확실한 성공을 거머쥐었다. 시가를 입에 물고 리볼버 권총을 난사하는 그의 모습은 세계 영화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그렇지만 그는 배우로서만 성공을 거둔 것이 아니었다.


1971년作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를 시작으로 최신작 <히어 애프터>에 이르기까지, 그가 연출한 32편의 작품은 현대 영화의 궤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무엇보다 그는 배우들의 연기력을 아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는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다. 그의 2003년作 <미스틱 리버>에서 숀 디바인役을 맡았던 케빈 베이컨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한다.


영화세트라는 곳이 배우에겐 말할 수 없이 긴장되는 곳입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배우는 불안하고 정말 정신이 없어요....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런 배우들의 심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케빈 베이컨은 비록 아카데미 연기부문 후보로 오르지는 못했지만 비평가들로부터 절정에 오른 연기를 보여줬다는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진 헤크만(용서받지 못한 자), 숀 펜(미스틱 리버), 팀 로빈스(미스틱 리버), 힐러리 스웽크(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며 아카데미 남녀 주연-조연상을 석권했다.


그러나 그는 배우들의 이름값으로 승부를 걸지는 않는다. 그의 영화는 탄탄한 연출력이 돋보인다. 특히나 그의 영화는 기승전결이 아주 분명하다. 때론 그가 연출한 영화의 테마곡도 직접 작곡한다. <용서 받지 못한 자>, <미스틱 리버>, <아버지의 깃발>, <체인질링> 등등 그가 연출한 작품 대부분의 주제곡은 그가 직접 맡았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는 무뚝뚝하기 그지 없다. 그는 무뚝뚝한 어조로 미국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고발한다. 1993년作 <퍼팩트 월드(Perfect World)>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사회의 편견으로 인해 희생된 탈옥수의 좌절된 꿈을 그려낸다. 또 그는 1997년作 <앱졸루트 파워(Absolute Power)>에선 직위를 이용, 대통령으로 당선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해준 상원의원의 아내와 정사를 벌이는 미국 대통령의 뒤틀린 작태를 비꼰다. 한편 그의 1992년作 <용서받지 못한 자(Unforgiven)>에 등장하는 보안관 리틀 빌 대거트는 갖가지 전횡을 일삼고 힘없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당에 다름 아니다.


세계 영화사의 아이콘으로 우뚝 선 이스트우드


그의 날선 문제의식은 미국 정부를 향한다. 2006년作 <아버지의 깃발>에서 이스트우드는 태평양 전쟁에서 가장 치열했던 이오지마 전선으로 관객들을 데려간다. 이오지마 상륙한 미 해병대 병사들은 수리바치산에 성조기를 꽂는다. 천문학적으로 불어나는 전쟁자금에 전전긍긍하던 미국 정부는 수리바치산에 성조기를 꽂았던 병사들을 영웅으로 만들어 대대적인 전채(戰債) 모금 캠페인을 벌인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이 작품을 통해 미국 정부의 일그러진 영웅 만들기 행태를 꼬집는다.


그렇지만 그의 영화에는 따사로운 인간미가 스며 있다. 지난 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미스틱 리버>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어린 날 겪었던 가슴 아픈 일로 인해 뒤틀린 인생길을 걷게 된 세 친구들에게 가이 없는 연민과 격려를 보낸다. <용서 받지 못한 자>의 빌 머니는 다시는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다던 아내와의 약속을 저버린데 마음 아파한다.


이런 그의 존재를 세계 영화계가 외면할 수 없었다. 2005년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감독상을 수상했다. 바로 전 해 <반지의 제왕>의 위력에 눌려 쓴 잔을 마신지 1년 만이다. 또 <용서받지 못한 자>로 생애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지 13년 만이다. 게다가 그의 저력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2009년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그랜 토리노>로 생애 첫 칸 영화제 명예 황금종려상 수상자로 선정되는 영예를 차지했다. 1985년 <페일 라이더>로 처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후 2008년 <체인질링>까지, 모두 다섯 차례 도전 만에 얻은 값진 영예다.


2011년 그는 신작 <히어 애프터>를 내놓았다. 이 작품은 사후(死後) 세계에 대한 관심이 메인 테마다. 이 작품 첫 머리의 쓰나미 장면이 지난 3월 일본에서 있었던 지진-쓰나미 대참사와 절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죽음 이후를 내다보는 것일까? 사후세계에 대한 관심과는 별개로 그는 여전히 대단한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2004년 미국 CBS의 간판 시사프로그램인 <60분(60minutes)>과 가진 인터뷰에서 "나이 먹는 일을 즐긴다"고 밝힌 바 있다.


인생의 흐름을 즐길 줄 아는 명배우이자 명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 그야 말로 진정한 노익장의 대명사이며, 영원한 별 중의 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