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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팬들과 소통하며 배우인생 펼치는 소셜 스타 김현아





배우 김현아 - 사뭇 생소한 이름이지만 소셜 네트워크인 트위터에서 그녀는 이미 유명인사다. 30대에 늦깎이로 배우의 길로 들어선 그녀는 트위터를 매니저 삼아 자신의 이름을 알려 나갔다. 그녀는 다른 한편으로 상업영화의 어마어마한 물량공세로 인해 개봉관을 빼앗겨 조기 상영 중단 위기에 처한, 작지만 아름다운 영화의 홍보 도우미를 자처하며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트위터를 통해서다. 지난 해 7월 한국의 축구선수가 동티모르 아이들에게 축구를 가르친다는 내용의 <맨발의 꿈>이 대표적이다. 그녀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아님에도 영화에 감동해 서울과 부산을 오가며 트위터로 '벙개' 모임을 제안했고, 이런 벙개 모임에 힘입어 일부 상영관이 연장상영을 결정하기도 했다.


또 올해 3월엔 스폰서 제안을 받았지만 뿌리쳤다고 과감하게 고백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당시는 故 장자연 씨의 비극적인 죽음이 다시 한 번 사회를 뒤흔들어 놓고 있었던 시기여서 배우 김현아의 고백은 경종으로까지 들렸다.


-. 늦깎이로 배우의 길로 들어섰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배우의 길로 들어서게 됐나요 ?


전 네 살 때부터 배우가 하고 싶었어요. 그렇지만 아버지께서 반대하셨죠. 아버지께서 공중파 방송국 기자(김주형 前 KBS 울산방송국장)셨는데 방송국에서 일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셨죠. 그래서 딸이 힘든 삶을 사는 걸 원치 않으셨어요.


영화배우가 되기 바로 직전, 한국경제 TV에 일자리를 얻었어요. 2004년이었는데 당시는 취직이 힘든 터라 아버지께서 너무 좋아하셨죠. 저 역시 업무를 잘 소화해 냈고 재미도 느꼈었어요. 그러나 행복하지는 않더군요. 가을 쯤 되니까 이유 없이 온 몸이 아프기 시작했어요.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지만 아무 이상은 없었어요. 그저 무리하지 마라, 스트레스 조심해라 이런 이야기만 했지요. 이 때 다시 어린 시절 꿈이었던 영화배우의 길로 들어서야겠다고 마음먹고 직장을 떠났습니다.


지금은 직장생활 할 때에 비해 수입도 적고, 불안정하고 내일을 모르는 나날들지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 행복합니다.


-. 부친께서 반대가 심하다고 했는데, 지금은 반대하지 않으시나요 ?


제 동생(김나연)도 배우에요. 아버지께선 어린 시절부터 저와 제 동생이 배우의 길로 들어서는 걸 많이 반대하셨어요. 아버지는 저희가 당신들의 말씀을 잘 따랐기에 강하게 반대하면 따를 것이라 생각하셨어요. 그러나 30대에 배우의 길로 들어서자 아버지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배우의 길을 가게 했을 것을’ 하시죠. 그러면서 이왕 접어든 길, 제대로 하라 하시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으세요.


쇼 호스트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제 방송이 나가면 바로 아버지께서 모니터링을 해서 메일로 보내 주셨어요. 시선처리, 멘트 같이 세세한 부분까지 지적해 주셔서 어쩔 땐 눈물이 찔끔 나기도 했지요.


-. 늦깎이로 배우로 입문했는데 어려움은 없나요?


세상에 쉬운 일은 없기 마련이죠. 쉽지 않은 일임을 각오하고 입문했어요.


-.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 가운데 가장 인상에 남는 작품을 꼽는다면 ?


장윤현 감독님의 2007년작 <황진이>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작품에서 처음으로 단역이 아닌 반듯한 배역을 받았었어요. 그때 너무 감격스러워 울기까지 했어요. 이 작품이 인연이 돼 올 연말 개봉을 앞두고 있는 <가비>에도 캐스팅될 수 있었어요.


<황진이>를 연출한 장윤현 감독님은 한 장면에만 등장하는 배우도 존중해줬었죠. 흥행이 부진해 아쉬움이 있지만요. 당시 장 감독님은 절 눈여겨보셨는지 자신의 신작 <가비>에 캐스팅을 해주셨어요. 작품 준비 단계에서부터 저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했어요. 이전까지 전 원하는 배역을 오디션을 거쳐 따내야 했었는데 말이죠. 장 감독님은 제게 “이젠 오디션 없어도 불려 다니는 배우가 돼야죠”하고 격려해 주시더군요. 그런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겠어요.


-. 일전에 스폰서 제안을 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하셔서 큰 반향을 일으키셨습니다. 고백 이후 자신의 입지가 넓어졌다고 생각하나요 ?


전 할 수 있다면, 건강이 허락하는 한 60대, 70대까지 배우로 일하고 싶어요. 그래서인지 작은 걸 탐하다가 큰 걸 잃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욕심이 없어요. 욕심을 버리다 보니 한 계단 한 계단 오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곤 하지요.


그리고, 세상이 지금 투명해지고 있잖아요? 언제고 제 선택이 옳았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때가 꼭 오리라 생각합니다.


-.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잘못된 관행이 비단 연예계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고 봅니다. 일반 사회에서도 드러나지 않아서 그렇지 비슷한 일은 얼마든지 있어요.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듯이요. 그리고 각자 선택의 몫이기도 하겠고요.


그렇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는 처지로 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봐요. 이런 일은 없어야 하겠고, 선택을 할 수 있는 입장에 서 있는 이들이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이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도록 이끌어 줘야 합니다.


결국 사회가 투명해져야 안 좋은 일들이 적어지고 사회가 바르게 잡혀 간다고 생각해요.

    
-. 배우로서 자신의 장점을 든다면 ?


연기를 전공하고 바로 연기에 뛰어든 연기자들이 장점을 가질 수 있어요. 그렇지만 전 전공자들과는 달리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학교에서 국악과 음악교육학을 전공한 뒤 음악을 가르치는 일을 했고, 마당놀이에 출연했고, 쇼 호스트로 일한 적도 있었어요. 이런 경험이 연기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지요.


또 언어 감각도 좋아요. 아버지는 경주가 고향이고, 외조부님과 함께 살았었는데 외할아버지는 평안도, 외할머니는 함경도 출신이세요. 한편 국악을 공부하는 동안 전라도가 고향이신 선생님들과 오랜 시간 함께 했었고요. 이러다보니 사투리 감각은 남달라요. 사투리를 잘 하지는 못해도 ‘원어민’들과 몇 시간 이야기를 나누면 사투리를 잘 소화하는 순발력이 있지요. 이제껏 제주도와 강원도 사투리는 잘 구사하지 못했는데, 강원도 사투리는 강원도 분에게 배웠고 제주도 사투리는 드라마 하면서 배웠어요. 이젠 팔도 사투리를 다 하게 된 셈이죠.


그리고 작품 복도 많았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들이 모두 작품성이 있거나, 이슈가 됐었거나, 그렇지 않으면 재밌거나, 여하튼 이름만 대면 아는 작품들이 많았었어요.


-.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이 있다면 ?


전 케서린 제타 존스가 맡은 역할은 다 멋있어 보여요. 이 배우를 좋아해서요. 그래서 이 배우가 맡은 역할은 다 해보고 싶어요. 안젤리나 졸리가 맡았던 역할도 좋고요. 물론 그녀가 맡았던 배역이 제게 오지는 않겠지만요. 고전 영화로 거슬러 올라가면 비비안 리의 역할도 해보고 싶지요. 하나 같이 팜므 파탈 스타일이죠. 제가 좀 서구적인 체형이라(웃음)


그런데 딱히 해보고 싶은 역할은 없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이 역할은 누구보다 잘 해낼 수 있겠다, 내가 이 배역을 맡았을 때 영화를 살릴 수 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면 거침없이 도전하지만, 이 배역이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판단하면 뛰어들지 않아요.


이제까지는 제가 원하는 배역이 다른 배우에게 가는 경우가 많았어요. 하고 싶은 역할을 골라서 하는 배우가 되도록 노력해야 하겠지요.


-. 멘토로 삼는 분이 있다면 ?


김해숙 선생님과 김지영 선생님 이렇게 두 분이에요. 두 분의 연기는 가식적이지 않고 진솔하면서, 벽이 느껴지지 않아요. 두 분 선생님의 연기를 보면서 웃고 울고 감동도 많이 받았어요. 배우들로서 아주 멋진 분들입니다. 저도 이분들처럼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 최근 맡은 배역에 대해서 이야기 부탁합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장윤현 감독의 신작 <가비>에서 부제 상궁 역할을 맡았습니다. 비중 있는 조연이죠. 이 영화 <가비>는 커피(‘가비’는 ‘커피’의 한자 음역)에 얽힌 사랑과 음모의 이야기에요. 제가 맡은 역할은 고종 황제의 믿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측근 중 한 명이에요.


제가 맡은 배역은 대사가 많이 없었어요. 배우 입장에선 대사 많은 배역이 더 쉬워요. 그런데 이 배역에선 모든 연기를 눈빛으로 해결해야 했고, 그래서 많이 어려웠습니다.


* 장윤현 감독의 신작 <가비>는 김탁환의 원작소설 <노서아 가비>를 영화화 했으며 올 연말 개봉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