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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Review

월드 워Z] 달갑지 않은 흥행 돌풍

월드 워Z] 달갑지 않은 흥행 돌풍

북한 체제 비하, 시오니즘 코드 불편하게 해


헐리웃 인기스타 브래드 피트 주연의 '월드 워Z'가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는 지난 6월20일 개봉 이후 7월9일 현재까지 441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를 능가하는 흥행기록을 세운 영화는 6월5일 개봉한 '은밀하게 위대하게'(680만)가 유일하다. 한국 시장에서 좀비 영화가 좀처럼 흥행에 성공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월드 워Z'의 관객몰이는 무척 이례적이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전직 UN 감독관인 제리(브래드 피트 분)는 현장을 떠나 가족과 함께 평온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제리는 UN의 의뢰로 좀비를 퇴치할 치료제를 발견하기 위해 험난한 여정을 떠나게 된다.


* 월드 워Z


이 영화는 다른 좀비 영화와는 달리 재난영화 성격이 강하다. 좀비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창궐해 인류를 감염시킨다. 정부는 궤멸 상태고 인류는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다. 무엇보다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는 설정은 더스틴 호프만, 모건 프리맨 주연의 1995년 작 '아웃브레이크'를 떠올리게 한다. 공교롭게도 두 영화 모두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한국이다. '아웃브레이크'에선 신종 모타바 바이러스로 인해 급성 유행성 출혈열이 급속도로 퍼진다. 그런데 이 바이러스의 숙주는 한국 선적의 태극호를 통해 미국으로 유입된다. '월드 워Z'의 경우 좀비 바이러스의 최초 보고지는 한국 평택의 험프리 기지였다.


이 영화는 북한 체제를 은근히 비꼬기도 한다. 제리는 좀비 바이러스의 진원지인 한국을 찾는다. 그는 바이러스의 유발 경로를 찾던 도중 기지 안 감옥에 수감된 CIA요원 버트 레이놀즈와 이야기를 나눈다. 레이놀즈 요원은 북한에 무기를 판매하다 발각돼 수감 중이었는데 제리에게 좀비 바이러스를 추적할 단서를 제시해 준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딱 두 나라만이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한다. 한 곳은 북한이고 다른 한 곳은 이스라엘이었다. 그는 팔레스타인을 격리시키기 위해 쌓아 놓은 장벽 덕분에 이스라엘이 안전했다고 이야기한다. 즉 장벽이 좀비를 막아주는 방파제 역할을 했다는 말이다. 그는 이어 북한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창궐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북한 정권은 24시간 안에 2,400만 국민들의 이를 다 뽑았어. 북한 정권이니까 가능한 이야기지"라고 설명한다. 제리와 레이놀즈의 대화는 북한식 전체주의체제의 경직성을 드러내 준다. 하지만 관객의 입장에 따라선 불편한 느낌을 자아내게 하는 대목이다.


이 영화의 불편한 대목은 또 있다. 바로 예루살렘 장면이다. 제리는 한국을 거쳐 예루살렘으로 날아간다. 예루살렘은 여러 해에 걸쳐 쌓아 놓은 장벽 덕분에 좀비의 창궐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했다. 하지만 좀비들의 기세는 날로 거세져 언제 함락 당할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이스라엘은 오랜 적대관계에 있던 아랍인에게도 장벽을 개방한다. 이들을 방치했다간 좀비에게 물려 예루살렘을 공격해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장벽 안에 진입한 아랍인들은 안도감에 젖어 알라를 찬양하는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른다. 영화에서 좀비들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좀비들은 아랍인들의 찬송가에 힘을 얻어 마침내 장벽을 넘어 예루살렘을 초토화시킨다. 이 장면은 은연중에 이질적 요소(아랍 문화)가 좀비 바이러스를 강화시켰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제리를 돕는 조력자로 등장한 이스라엘 군 요원인 세겐은 시오니즘 코드로도 읽힐 수 있다. 


이런 대목들을 제외하면 이 영화는 흥행에 성공할 요소들이 충분하다. 특히 예루살렘에서 벌어지는 인류와 좀비들의 치열한 전투는 이 영화의 백미다. 헐리웃 미남 스타 브래드 피트의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그가 한국을 찾는 장면은 영화의 집중도를 높여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헐리웃은 전통적으로 가족과 미국, 그리고 지구의 안위를 위협하는 불안요소가 외부에서 오는 것으로 묘사해왔다. 이 영화 '월드 워Z'는 이 같은 문법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반대일 경우가 많았다. 미국은 20년을 주기로 외부의 위협을 명분삼아 전쟁을 일으켜 세계의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 그래서인지 '월드 워Z'의 흥행성공이 그다지 반갑지만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