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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Review

더 타운] 밴 애플렉, 리틀 이스트우드?

더 타운] 밴 애플렉, 리틀 이스트우드? 


될 성 싶은 나무는 떡잎부터 범상치 않은 법이다. 배우에서 연출자로 변신한 벤 애플렉이 두 번째로 연출한 '타운(The Town)'은 연출자로서 그의 성공 가능성을 유감없이 보여준 작품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꽉 짜여진 스토리와 군더더기 없는 연출이 돋보인다. 제레미 레너, 레베카 홀, 피트 포슬스웨이트 등 조연들의 연기도 탄탄하다. 개인적으로 이 작품을 감상하면서 밴 애플랙을 다시 보기 시작했었고, 그가 언젠가는 큰 일을 내리라 짐작했었다. 그는 결국 이 작품 이후 2년 만에 '아르고'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타운'은 사실 흔하게 볼 수 있는 갱영화다. 좁은 도로에서 펼쳐지는 경찰과 더그 일당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은 '이탈리안 잡'을, 보스턴 스타디움에서 벌어지는 극한의 총격전은 로버트 드 니로와 알 파치노 주연의 '히트'를 연상시킨다. 




* 타운(2010)


어떤 면에서 이 작품은 '히트'와 유사한 설정이기도 하다. '히트'에서 은행 강도인 닐 맥컬리는 우연히 만난 예술가인 이디와 사랑에 빠진다. 닐의 정체를 안 이디는 그를 멀리하려 하나 그의 마음을 헤아리고 동행을 결심한다. '타운'에서도 더그는 자신이 인질로 잡았던 클레어와 사랑에 빠지고 결국 그녀를 위해 은행 강도 인생을 청산한다. 


이 작품이 갖는 강점은 따스한 인간미다. 더그는 늘 어린 시절 자신의 곁을 떠나간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산다. 그의 연인인 클레어 역시 오빠를 잃은 아픔을 지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아픔을 나누면서 사랑을 키워 나간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 더 애틋해서일까? 영화는 끝내 두 사람의 사랑을 미완으로 남겨 놓는다. 하지만 더그가 클레어에게 보낸 편지의 마지막 문장은 진한 여운을 남긴다. 


"언젠간 당신과 다시 만날 것입니다. 이승에서든, 저승에서든."


벤 애플렉은 한때 촉망 받는 청춘스타였다가 인기가 급전직하하며 연기인생의 위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그는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그는 연출에서 그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금 소개하는 '타운'이나 '아르고' 공히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불필요한 대목이 거의 없다. 출연진들의 연기도 무척 자연스럽다. 그의 연출 스타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방불케 한다. 이스트우드가 표정 하나 변함없이 묵직한 돌직구를 뿌린다면, 벤 애플렉은 빠른 볼은 물론 유인구, 변화구 등 다양한 구질의 공을 마구 뿌린다는 것이 차이일 뿐이다. 


벤 애플렉은 헐리웃에서도 정평이난 민주당 지지자이자 진보주의자이기도 하다. 보수주의자를 자처하는 이스트우드와 확연히 대조되는 대목이다. 그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거머쥔 여세를 몰아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뛰어 넘는 배우 출신 감독으로 오래도록 기억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타운 (2011)

The Town 
7.1
감독
벤 애플렉
출연
벤 애플렉, 존 햄, 레베카 홀, 블레이크 라이블리, 제레미 레너
정보
액션, 범죄 | 미국 | 124 분 | 2011-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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