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이즈 로스트] 버려서는 안 될 한 가지, 바로 희망
인간에게 찾아올 수 있는 고난의 끝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인간이 감내할 수 있는 고난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올 이즈 로스트'는 이런 자기 성찰적 의문을 제기하는 영화다. 영화는 인도양 어딘가에 떠 있는 요트에 물이 새면서 시작한다. 버지니아 진이라는 이름의 요트는 항해 중 콘테이너와 충돌해 물이 찬다. 주인공은 일단 물을 빼내고 요트의 훼손 부위를 수리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통신장비가 물에 젖어 구조요청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
난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내 폭풍우가 밀려오기 시작한다. 주인공은 사력을 다해 폭풍우와 맞선다.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자연을 극복하기엔 역부족. 요트는 침몰하고 주인공은 조그만 구명정에 의지해 항해를 계속해 나간다. 주인공은 요트에서 건져 올린 몇 가지 장비를 가지고 육지를 찾아 해메이지만 보이는 건 오로지 수평선 뿐이다. 먹을 것, 마실 것마저 바닥을 드러낸다. 한계 상황에 다다르자 주인공은 그동안 참았던 분노를 한꺼번에 폭발시킨다.
주제는 진부하고 이야기는 단순하다. 대사 없이 전개되는 이야기는 답답한 느낌마저 준다. 하지만 이 영화엔 재미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는 힘이 내재해 있다. 바로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의 연기다. 그는 표정과 몸짓만으로 극한 상황에 처한 한 인간의 고뇌와 사투를 연기해 낸다. 한때 '골든 보이'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로버트 레드포드는 간데 없다. 주름 가득한 그의 얼굴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게 한다. 그러나 그는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 혼신의 힘으로 고난에 맞서는 한 인간을 극적으로 표현해 낸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겨준다. 주인공은 수평선 저 멀리 불빛이 보이자 불을 지펴 자신을 알린다. 자신을 알려야겠다는 의지가 너무 강했던 탓일까? 불이 그만 구명정에 옮겨 붙어 버리고 만다. 주인공은 결국 구명정을 버리고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바로 이때, 구원의 손길이 그를 향해 다가오고 나락으로 빠져들어가던 주인공은 힘을 내 이 손길을 붙잡는다.
인생 항로 가운데 닥친 역경으로 모든 것을 잃었을 때 우리 인간 존재는 낙담하고 절망한다. 그럼에도 버릴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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