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맥어보이의 런던 컨피덴셜
제임스 맥어보이는 전형적인 엄친아 스타일의 배우다. 그런 그가 신작 '테이크 다운(원제 : Welcome to the Punch)'에서 터프한 열혈 형사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다. 턱수염을 텁수룩이 기르고 보이지 않는 악과 맞서 싸우는 그의 모습은 어색하지 않다. 미소년 이미지가 강했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이미지 변신에 성공했듯, 제임스 맥어보이 역시 이 영화를 통해 강렬한 이미지를 드러낸다.
이 영화 '테이크 다운'은 제임스 맥어보이의 이미지 변신 외에도 몇 가지 요소가 보는 이들의 흥미를 자아낸다.
영화의 배경은 런던이다. 런던 하면 얼른 버킹검 궁과 하이트 파크, 타워 브리지 같은 유서 깊은 상징물들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이런 상징물들을 찾아볼 수 없다.
영화의 미장센만 보면 미국이나 일본의 대도시를 방불케 한다. 사실 미장센은 리들리 스콧의 1990년 작 '블랙레인'과 닮은꼴이다. 그는 이 영화의 제작을 맡았는데, 미장센은 그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준다. '블랙레인'의 배경이 된 오사카는 초현대식 마천루가 즐비하며 현대판 사무라이들이 말 대신 모터사이클을 타고 거리를 활보한다. 그리고 모든 이야기는 어둠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오사카는 일본의 고도(古都)가 아닌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음직한 초현실적인 공간이다.
'테이크 다운'의 배경이 된 런던 역시 비슷하다. 이 영화의 주 촬영지는 런던의 신흥 산업·금융중심지인 캐너리 워프다. 영화는 현대화된 런던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을 비열함이 지배하는 초현실적 공간으로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한다. 리들리 스콧이 전작 '프로메테우스'로 혹평을 면치 못했어도 그의 미적 감각은 녹록치 않다는 걸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 테이크 다운
영화의 스토리도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주인공인 열혈 형사 맥스 르윈스키는 악당인 제이콥 스턴우드를 잡기 위해 온 몸을 던진다. 하지만 정작 악의 실체는 다른 곳에 있었다. 거악을 잡기 위해 맥스와 스턴우드는 한 팀을 이룬다. 형사와 악당이 손을 잡는 장면은 마이클 만 감독의 '히트'를 연상시키고, 경찰조직과 정치권, 사설 경비업체가 비리로 뒤엉켜 있는 설정은 커티스 핸슨의 'LA 컨피덴셜'을 방불케 한다. 이 영화의 제목을 '런던 컨피덴셜'로 붙여도 좋을 정도다.
옛 것을 익히면 새것이 보이기 마련이다. 연출자인 에란 크리비는 이전의 액션 영화에서 사용한 설정을 적절히 뒤섞어 새로운 스타일의 액션영화로 만들어 냈다. 곳곳에서 거장 리들리 스콧의 흔적을 볼 수 있는 것도 또 다른 재미다.
특히 B급 영화 마니아에겐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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