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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인문학에서 길을 찾다] 반지의 제왕과 존재감 없는 사람들

SNS 시대는 인문학의 재발견을 가져왔다고 생각한다. 독재자의 딸이 유신의 망령을 등에 업고 대통령에 등극한 지금의 이 사건에 대해 인문학은 어떤 길을 보여주고 있을까?


J.R.R. 톨킨의 판타지 대작 '반지의 제왕'은 고만고만한 종족들이 힘을 합쳐 악의 화신 사우론을 패배시킨다는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 절대반지를 품은 주인공이 난장이 호빗 종족인 프로도 베긴스였다는 점은 무척 의미심장하다. 


대마법사인 사루만은 멋들어진 왕국의 후예가 반지운반자(ring bearer)의 중책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간달프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비록 작고 미욱하지만 타고나면서부터 선한 심성을 지녔으며 지혜로운 호빗이 절대 악을 막아낼 수 있다고 믿었다. 숲의 요정 갈라드리엘도 간달프와 마찬가지였다. 갈라드리엘은 험한 원정길을 오르는 프로도에게 아낌 없는 격려를 부어준다. 



가장 작은 존재여도 미래의 길을 바꿀 수 있는 법이랍니다

Even the smallest person can change the course of the future.


과연, 엘리트주의를 표방한 사루만은 절대반지의 유혹에 넘어가 사우론에게 부역한다. 이에 비해 간달프와 갈라드리엘은 프로도 일행의 원정이 무사히 마무될 수 있도록 돕는다. 


거대한 악을 막는 것도, 반대로 키우는 것도 아주 미미하고 존재감 없어 보이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파시즘의 발흥이 전적으로 무솔리니와 히틀러 두 사람의 공일까? 보통 사람, 특히 아주 모범적이며 착하기까지한 사람들의 적극적 지지내지 암묵적 동의가 없었다면 파시즘은 그저 일부 극렬주의자들의 선동선동에 그쳤을 것이다. 


독재자의 딸이 인권변호사를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도 따지고 보면 평범하고 인심 좋은 어르신들의 지지에 힘입은 바 크다. 이젠 평범하면서도 얼핏 보기에 정말 아무런 존재감 없는 이들에게 파고들 수 있는 특별한 그 무엇을 고안해 내야 할 시점이다. 그 일 만이 궁극적인 진보를 이뤄낼 수 있으므로.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 (2001)

The Lord of the Rings : The Fellowship of the Ring 
9.4
감독
피터 잭슨
출연
일라이저 우드, 이안 맥켈런, 비고 모르텐슨, 숀 애스틴, 빌리 보이드
정보
판타지, 어드벤처 | 뉴질랜드, 미국 | 165 분 | 2001-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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