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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관건은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일

관건은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일

대통령 선거 D-14일 단상 


'매트릭스', '블레이드 러너', '이퀼리브리엄' 등등 SF 영화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미래를 디스토피아로 그린 작품들이 꽤 많다. SF 영화가 그리는 미래는 절대권력의 통치를 받으며 구성원들은 절대권력의 지시에 일사분란하게 따라야 할 뿐이다. 더욱이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는 불경한 것으로 취급돼 절대 허락되지 않는다. 때론 약물을 투여해 인간 본연의 감정마저 거세하는 광경까지 등장한다. 




* 크리스쳔 베일 주연의 2002년작 '이퀼리브리엄'. 

이 영화에서 인간은 감정을 거세당하는 약물을 투여 받아야 한다. 


그런데 SF 영화가 그린 디스토피아의 모습은 그닥 낯설지 않다. 바로 지금 대한민국 사회와 너무나도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어린 시절부터 제도권 교육시스템에 의해 보수반공 이데올로기로 세뇌되며 자라서는 무한경쟁과 궁극의 성공만이 미덕으로 숭앙되는 사회다. 물론 정권에 대한 비판은 불온한 것으로 취급된다. SF 영화의 연출자들이 이 사회를 모델로 디스토피아를 그린 것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한다. 


획일적 윤리가 지배하는 사회는 파국 그 자체다. 자살률은 날로 치솟고 불특정 다수를 향한 증오범죄가 횡행한다. 종교는 본연의 사명을 망각한 채 물신주의와 기복신앙을 설파하는 한편 성적 타락이 만연해 성범죄가 횡행한다. 더욱 심각한 건 교양문화는 실종되고 정치의식 수준이 저하돼 부패한 정치세력에게 권력을 쥐어준다. 특히 지난 5년 간 우리 사회는 파국적인 상황을 맞았고 구성원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신음해야 했다. 


대통령 선거가 꼭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어느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일단 파국을 수습하고 이 사회에 만연된 획일적 윤리를 타파해줬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박근혜 후보는 부적격이다. 박근혜의 리더십은 상명하복의 위계질서와 일사분란함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리더십은 군부 쿠데타로 집권했던 아버지의 리더십과 상당부분 일치한다. 


지도자 하나 바꾼다고 이 사회의 파국적인 상황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또 우리 사회의 병폐가 쉽게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를 개선할 의지를 가진 지도자를 세워야 변화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건 변화의 단초를 마련하는 일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