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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전병욱만 책임인가?.... 지금은 치유에 나서야 할 때

전병욱만 책임인가?.... 지금은 치유에 나서야 할 때


CBS '크리스쳔 NOW - 전병욱편'을 제작해 방송했다. 그 방송을 보면서 험난하기만 했던 시간들이 쭉 머리 속을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음성은 변조됐고, 화면은 뿌옇게 처리가 됐지만 그 사람들이 누군인지 잘 알기에 보면서 몸서리를 쳤다. 


새삼 그동안의 사태 전개 과정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보다 이제부터 우리가 해야할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인터뷰에 응한 피해 여성은 감정에 복받쳐 눈물을 흘렸다. 비단 이 여성뿐일까? 그와 비슷하거나 훨씬 심각한 피해를 당한 여성들이 너무나 많다. 


이제 하나씩 질문을 던져 보려한다. 누가 이 여인에게 눈물을 흘리게 했을까? 


일차적인 가해자는 전병욱이다. 너무 명확하다. 그렇다면 전병욱 혼자 이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야 할까? 아니, 솔까말, 모두가 전병욱에게 이 모든 책임을 다 뒤집어 씌우고 손 털면 그만일까?


2년 전, 정확하게 2010년 9월 17일 한 기독교 인터넷 매체가 'ㅅ교회 ㅈ목사 여성도 성추행'이라고 보도했을 때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전병욱의 성범죄 사실이 세상에 처음 알려졌을 때, 삼일교회 부교역자, 장로, 간사, 리더, 평신도들은 어떻게 반응했던가? 피해여성들의 상처를 싸메주고, 그 상처에 함께 아파해줬던가? 


오히려 교회의 이미지가 안좋아 질까봐 쉬쉬하고, 전병욱 없으면 신도 다 떨어져 나갈까봐 두려워 하고, 혹시 전병욱의 성범죄가 사실일까봐 두려워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피해여성들을 정결하지 못하다고 정죄하고, 하느님이 세우신 권능의 종을 무너뜨리기 위해 이단이 침투시킨 꽃뱀이라고 매도하지 않았던가? 그것이 사실일 수 없고 사실이어선 안된다고 생떼를 쓰지 않았던가? 


혹 조심스럽게 진실을 이야기하는 목소리에 어떻게 반응했던가? 그동안 교회에 불만이 쌓여서 그런다고, 교회에서 받은 상처가 많아서 그런다고 쉽게 지나치지 않았던가? 교회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한다고 참 나쁜 이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던가? 2억 6천 만원이 아니라 신도 한 명당 100만원 씩 한 12억 소송 물려서 꼭 배상 받아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던가? 


지금은 또 어떤가? 전병욱의 범죄사실이 하나하나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음에도, 자신이 직접 피해를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느님이 하실꺼라고 간단하게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전병욱이란 사람의 존재의 밑바닥이 드러나니까 왜 사람 감정을 건드리냐고 신경질부터 내지 않은가? 


혹시 삼일교회에 오신 새 담임목사님이 머리 숙여 사과하고, 일간신문에 사과광고 냈으니 할 도리는 다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은가? 그렇다고 생각하는 분들께만 다시 묻고 싶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하지 않나? 전병욱의 범죄사실이 세상에 알려졌을 때 이런 일이 이뤄져야 마땅한 거 아니었던가? 


이제 우리가 할 일은 그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상처를 싸메주며, 그 상처가 잘 아물 수 있도록 간호해 주는 일이다. 그리고 우리가 무지해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고 외면하려 했던 점, 또 진실을 외치는 모든 목소리에 마음이 완악해질대로 완악해져 말씀을 정죄의 칼로 잘못 사용했다는 점을 깊이 인식하고 회개해야 한다. 이런 일들이 바로 치유의 첫 단추일 것이다.




@ 2010.04. 삼일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