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의 신사가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형의 유해를 찾았다는 전화다. 순간 초로의 신사는 젊은 날로 돌아간다. 총알이 빗발치던 전쟁의 한 가운데에서 형과 함께 있던 기억을 떠올리며.
장동건, 원빈 두 청춘스타가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태극기 휘날리며'의 오프닝이다. 관객들은 두 청춘스타에 열광하면서도 형의 유해를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감회에 젖는 초로의 신사를 보며 눈시울을 적신다. 이 노신사가 바로 장민호 선생이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헐리웃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방불케 할 만큼 박진감 넘치는 전투신이 인상적이다. 두 청춘스타의 연기도 나무랄데 없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두 청춘스타의 액션 연기 보다 장민호 선생의 잔잔한 연기에서 코 끝이 찡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11월 둘째날 장민호 선생이 타계했다. 장 선생이 짧게 나마 얼굴을 내비쳤지만 오히려 진한 여운을 남길 수 있었던 건, 연극무대에서 다져진 탄탄한 연기력 덕분이다.
세계 영화계를 주름 잡는 영-미권의 경우 연극무대에서 연기력을 다진 배우들이 영화에 출연해 두각을 나타내는 사례는 너무나 흔하다. 007에서 M을 연기한 주디 덴치는 원래 연극배우였고 연기파 배우의 대명사 케빈 스페이시도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연기력을 다지고 있다.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도 연극을 통해 연기력을 쌓은 배우들이 영화에서도 큰 감동을 전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영-미권 만큼은 아닌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장민호 선생님, 편히 잠드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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