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액션 007 시리즈가 최신작 '스카이폴'까지 22편을 선보이며 50주년을 맞았다. 숀 코네리, 조지 레젠비, 로저 무어, 티모시 돌튼, 피어스 브로스넌, 그리고 지금 다니엘 크레이그까지 모두 6명의 배우가 각자만의 강렬한 개성을 뽐내며 제임스 본드 역할을 소화해 냈다.
역대 제임스 본드 가운데 그 누구보다 다니엘 크레이그가 제일 말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잘 나가던 피어스 브로스넌을 중도하차시킨데다 다니엘이 금발이라는 이유에서다.
영국인들은 금발을 미국식 천박한 소비문화로 보는 경향이 짙다. 다니엘은 이를 의식했는지 늘 머리를 짧게 짜르고 출연했다. 누가 제일 매력적인 본드였냐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숀 코네리가 압도적이고 간간이 로저 무어가 이름을 올린다.
난 개인적으로 피어스 브로스넌이랑 다니엘 크레이그에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피어스는 '다이 언아더데이'가 혹평을 받지 않았다면 좀 더 오래 제임스 본드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처음 다니엘이 제임스 본드로 캐스팅 됐을 땐 거부감이 심했다. 피어스에 대한 기억이 무척 좋았던 것이 첫 번째 이유였다. 두 번째는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007 시리즈의 매력은 첩보원들 끼리의 치열한 두뇌싸움에 있었다. 하지만 '골든 아이'에서부터 몸 싸움의 비중이 커지더니 '카지노 로얄'에서는 아예 람보로 제임스 본드의 캐릭터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확연히 눈에 보였기 때문이다. 다니엘의 첫 제임스 본드 출연작인 '카지노 로얄'에서 다니엘은 잘 다져진 근육질의 몸매를 과시하며 폭발적인 액션연기를 소화해 낸다. 이전의 제임스 본드 시리즈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하지만 '퀀텀 오브 솔러스'를 보면서 달라지기 시작했다. 최신작 '스카이 폴'에서 보여준 다니엘의 연기엔 역대 제임스 본드 가운데 최강이라는 찬사를 보내주고 싶다. 첩보세계는 점점 정보원들의 피지컬을 극대화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다니엘 크레이그는 이런 흐름을 완벽하게 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인데, 피어스 브로스넌은 '골든 아이', 다니엘 크레이그는 '퀀텀 오브 솔러스'랑 '스카이 폴'이 최고인 것 같다.
원래 007시리즈는 냉전시대의 산물이었다. 하지만 냉전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다. 냉전 종식은 정보세계엔 절체절명의 위기를 가져다 줬다. 그러나 이 세계는 나름의 논리를 개발해 용케 생존에 성공했다. 더구나 바깥 세상의 보이지 않는 전쟁은 오히려 냉전 시대보다 훨씬 더 치열해졌다. 이 틈바구니를 비집고 정보세계는 더욱 강력한 목소리를 낸다. 제임스 본드가 점잖은 영국신사의 이미지를 벗고 람보를 방불케 하는 완력의 소유자로 거듭난 건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제임스 본드여, 영원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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