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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폴 그린그래스, 크리스토퍼 놀란, 그리고 김기덕 감독


* 김기덕 감독(출처 - 게티 이미지)


폴 그린그래스와 크리스토퍼 놀란, 각각 '본 시리즈'와 '배트맨 리부트 시리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감독들이다. 그런데 이들은 독립영화 수준의 저예산 영화를 만들었던 경력의 소유자들이다.


헐리웃 입성 이전 폴 그린그래스는 아일랜드판 5.18광주민주항쟁을 다룬 '블러디 선데이'를, 크리스토퍼 놀란은 '메멘토'를 연출했다. 블러디 선데이는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사실감이 빛났고, 메멘토는 마치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는 시간의 분절이 돋보였다.


한편 2000년대 초반 헐리웃은 상상력 고갈에 허덕였다. 덕 라이만의 ‘본 아이덴티티’는 소재는 참신했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헐리웃 영화가 숱하게 써 먹은 음모론의 재탕이었다. 조엘 슈마허가 연출한 배트맨 시리즈는 갈수록 엉망이 되어 갔다. 


이러자 헐리웃은 변방의 예술가들에게 눈을 돌렸다. 그렇게 해서 발탁된 사람들이 바로 폴 그린그래스와 크리스토퍼 놀란이었다. 여기에 한 명을 더 추가하자면 해리포터 3편을 연출한 알폰소 쿠아론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고 해서 화제다. 하지만 한 유력 일간지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 영화계는 그의 상업영화 연출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라고 한다. 즉 김 감독이 대중적 코드에 맞추지 않으면 큰 투자를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문외한이 보기에도 영화계의 큰 손 들이 그에게 선뜻 목돈을 쾌척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변방의 예술가들인 폴 그린그래스와 크리스토퍼 놀란은 헐리웃 자본에 힘입어 명작을 탄생시켰다. 본 슈프리머시 · 본 얼티메이텀, 그리고 배트맨 리부트 3부작(비긴즈 · 다크 나이트 · 다크 나이트 라이즈)은 2000년대 후반에서 2010년 초반을 빛낸 위대한 걸작이라고 해도 지나친 표현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김기덕 감독은 늘 변방에 머물러 있어야 할 것 같다. 헐리웃이 상업주의라는 비판에도 세계 영화시장을 지배하는 이유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