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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영화음악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 스틸 컷 -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

배우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해를 거듭할 수록 진한 사람 내음을 전해주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하지만 그가 영화음악에도 남다른 안목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저 무뚝뚝하니 우직하게 주제를 풀어나가는 그의 스타일은 영화음악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의 시선엔 한없는 연민이 스며 있듯 그가 직접 작곡한 음악도 가이 없는 연민에서 비롯된 애잔함이 스며져 있다. 

 

클래식 기타 선율을 타고 흐르는 "용서 받지 못한 자"의 가락엔 죽은 아내와의 약속을 깨고 다시 무자비한 총잡이가 되버린 빌 머니의 고뇌가 스며 있다. 또 피아노 건반을 타고 흐르는 "미스틱 리버"의 선율엔 유년시절의 충격적인 경험을 간직한 채 성인이 된 동네친구 세 명의 비틀린 우정이 투영돼 있다.

 

그리고 이오지마 연작 "아버지의 깃발"엔 정부의 영웅 만들기에 동원된 세 병사들의 슬픔과 아픔이 담겨져 있고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엔 조국과 가족 사이에서 갈등하는 쿠리바야시 장군과 사이고 일병의 고뇌를 드러내 준다. 배우로서는 마지막 출연작인 "그랜 토리노"에서는 재즈 선율에 자신을 사랑해준 관객들을 향한 고별의 메시지를 실어 보낸다.

 

그렇게 드라마틱하지 않으면서, 또 그닥 현란하지 않으면서 주제와 밀접히 맞닿아서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의식을 선명하게 각인시켜주는 그의 음악, 가만히 듣고 있으면서 영화를 떠올려 보노라면 어느새 눈가엔 눈물이 촉촉히 고인다.

 

금세기 최고의 감독으로 추앙 받고 있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그에게 최고라고는 할 수 없지만 뛰어난 센스를 갖춘 영화 음악감독이란 찬사어린 타이틀을 하나 더 보태줘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