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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장미의 이름] 악마는 영혼의 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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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내력을 자랑하는 베네딕토파의 멜크 수도원, 이곳은 유서 깊은 전통 외에 또 하나의 자랑거리가 있다. 바로 방대한 분량의 장서다. 멜크 수도원 도서관장을 역임하면 곧장 수도원장 자리가 보장되는 요직일 정도다.

 

하지만 이곳에서 연쇄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성서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세계 종말의 시나리오처럼 진행되는 연쇄 살인사건,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직감한 수도원측은 프란치스코파 수도사인 바스커빌의 윌리엄에게 수사를 의뢰한다.

 

영국 출신으로 열린 사고의 신봉자 윌리엄 수도사는 증거에 기초한 경험적 사고로 찬찬히 사태의 본질에 접근해 나간다. 차근차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해 가던 윌리엄 수도사, 그는 마침내 이 사건이 소행이 누구인지 밝혀낸다.

 

범인은 바로 멜크 수도원의 원로이자 과거 도서관장을 역임했던 눈 먼 호르헤 신부. 그는 인간의 무분별한 호기심으로부터 '금단의 지식'을 보호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주변의 기물을 이용해 '금단의 지식'에 접근하려던 수도사를 제거했다. 그러나 희한하게도 자신의 소행이 요한계시록에 기록된 세상종말의 예언과 일치해 나가자 자신의 살인행각이 신의 섭리라고 착각하기에 이른다.

 

열린 사고의 열렬한 신봉자 윌리엄 수도사는 호르헤 신부를 준엄하게 질타한다.

 

악마라고 하는 것은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

 

이런게 바로 악마야 !!!!!!!


'영혼의 교만', '미소를 모르는 신앙', '의혹의 여지가 없다고 믿는 진리', 이 3종의 악마가 비단 육신의 눈뿐만 아니라 마음의 눈까지 먼 호르헤 수도사만의 문제일까?

 

윌리엄 수도사가 지칭한 세 종의 악마는 허울 좋은 탈을 쓰고 도처에 널려 있다. 그 허울 좋은 탈이란 바로 '복음'이다.

 

* 움베르토 에코의 장편 소설 <장미의 이름>은 장 자끄 아노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다. 영화는 종교적 사유는 제거하고 추리적인 요소만 추려 이야기를 풀어 나가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이 영화에서 숀 코네리가 윌리엄 수도사로 분해 녹록치 않은 연기력을 과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