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를 예술로 끌어올린 위대한 사진가 브레송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후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1908~2004). 사진을 학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더라도 사진에 관심 가져본 생활 사진가들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음직한 이름이다.
그가 이야기한 '결정적 순간', 즉 빛-구도-감정이 일치하는 순간은 사진창작의 교범으로 자리매김한지 오래다. 구태여 결정적 순간을 입에 올리지 않더라도 그가 남긴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 시점이 결정적 순간인지를 가늠케 한다.
사실 그의 사진은 언제봐도 재밌다. 프레임 구성과 빛의 사용은 교과서적이다. 빛과 그림자가 절묘하게 조화된 작품들은 보기만해도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결정적 순간에 건져올린 사진들은 찰나에 불과한 시간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다. 특히 그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초현실적인 모습을 빚어내는데 재능이 있었다.
브레송의 사진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한국 전시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세계 최고의 기획자로 명성이 자자한 로베르 델피르가 작품을 엄선했다. 이미 잘 알려진 작품은 물론 최초 공개하는 작품이 상당수를 차지한다. 이 외에도 라이프, 파리 마치 등 그의 작품 세계를 보여주는 인쇄물, 편지, 자필원고 등도 함께 전시된다.
한 가지 아쉬움은 있다. 그가 제3세계, 특히 중국과 인도, 멕시코에서 찍은 작품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의 시선은 은연중에 제국주의적 사고의 그늘 아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물론 그의 사진이 유럽세계의 제국주의적 팽창에 기여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1세계인이 갖는 시야의 한계를 보여준다. 어쩔 수 없는 귀결일 것이다.
@ 2012.06.03.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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