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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다시 찾은 신앙의 기쁨



@ 2012.04.07. 대한 성공회 주교좌 성당 


다시 찾은 신앙의 기쁨


지난 4월7일 부활절 밤은 제 짧은 신앙역정 가운데 가장 행복했고 거룩했던 순간이었습니다. 견진성사를 받던 순간, 주교좌성당에 발을 들여 놓은 때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제가 이곳을 처음 찾게 된 시기는 2010년 12월이었습니다. 당시 전 영혼과 육체 모두 만신창이가 돼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절대자 하느님과 그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존재에 대해 지독한 회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정말 하느님은 계실까? 하느님은 공의로운 분이신데 목회자들이 당신의 이름을 참칭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모습을 왜 보고만 계실까? 신도들은 왜 약자의 편에 서기 보다 범죄한 목회자의 편을 들고 그를 무조건 옹호할까? 이런 의문에 대해 어떤 답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이에 전 지독한 회의를 이기지 못하고 신앙마저 내팽개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참으로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무엇인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주교좌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으니까요. 사실 전 성공회와는 이전부터 친숙했었습니다. 업무 차 간간히 성당을 지나치기도 했고 김근상 바우로 주교님, 송경용 레오나르도 신부님을 가까이서 뵐 기회도 있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제가 이곳에 발걸음을 옮기고 성공회의 일원으로 정착하는 데에는 보이지 않는 도움의 손길이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앞서 말씀드린 두 분 사제님들이 미리 제 마음 가운데 씨앗을 뿌려주었습니다. 주교좌성당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엔 이곳에서 만난 교우님들이 만신창이가 된 제 몸과 영혼을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이곳에서 2년여의 시간을 보내면서 하느님과의 관계 회복에 집중했습니다. 지난 날 저를 끈질기게 괴롭혔던 질문들을 기도의 제단에 내려놓고 오로지 하느님의 뜻만 구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되짚어 보고 그의 삶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당신의 제자들에게 어떤 과제를 던지는지도 묵상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신앙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성체성사를 통해 하느님의 크신 은총을 경험했습니다. 거룩한 빵과 포도주를 먹고 마시면서 늘 예수 그리스도께서 당한 고난에 참예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제가 믿음을 저버리는 것 원치 않으셨나 봅니다. 그래서 성공회로 인도해 회복의 시간을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이곳에 올 때엔 죄인된 심정으로 도망치듯 쫓겨 왔습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저를 받아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하느님의 자녀라고 당당히 외칠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낸 시간 동안 하느님께선 제게 당신의 자녀를 사랑하는 방식을 가르쳐 주셨다고 생각합니다.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자녀가 세상 가운데서 상처 받고 신앙을 내팽개쳐 버리는 걸 원치 않으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사랑으로 아픈 상처를 어루만지고 회복시켜 주십니다. 이토록 큰 사랑을 가르쳐준 하느님께 감사와 영광과 찬송을 드립니다. 


* 복음 닷 컴 기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