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2.05.31. 삼일교회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인 전병욱 씨에 대해 이런저런 말들이 많다. 그에 대한 논란은 거의 3년째 이어져 오는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에서 다시 논란이 불거지는 건 그가 목회 재개를 본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2010년 11월 사과문을 발표하고 삼일교회 담임목사직에서 사임했다.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한국교회에 기적이 일어났다고 했다. 비리를 저지른 목회자는 많았지만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한 목회자는 전병욱 씨가 유일했기 때문이었다.
현재 그의 개척을 찬성하는 쪽은 회개에 무게를 둔다. 게다가 삼일교회를 떠난 지 1년 6개월의 시간이 흘렀기에 이제 다시 강단으로 돌아올 때도 되지 않았냐는 목소리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의 목회재개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닥 호의적이지는 않지만.
회개의 문제는 신앙과 관련돼 있어 이에 대한 실체 규명이 참 어렵다. 하지만 회개는 열매로 나타나는 법이다. 또한 그의 사과문이 나왔던 상황을 복기해보면 과연 그가 진정으로 회개했는지의 문제는 쉽게 풀린다. 최근 전병욱의 성추문이 불거졌을 초기부터 교회 쪽 대응을 전담하다시피 한 정범성 변호사의 글이 사람들의 입길에 올랐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방송국 피디로부터 녹음씨디가 전달되어 와서 그 내용을 비교해 보고 비로소 비교적 정확한 사실관계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적었다. 무슨 말이냐면, 전병욱은 MBC PD수첩으로부터 성추행 의혹에 대해 취재의뢰를 받았다. 이러자 그는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제보 여부를 캐묻는 한편 사건에 대해 침묵해줄 것을 공공연히 압박했다. 이 둘의 대화는 고스란히 녹음돼 기록으로 남았다. 정 변호사에게 전달된 녹음씨디는 바로 이 녹취록을 말하는 것이다. 피해자 쪽의 변호사 역시 이 같은 정황을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다.
부적절한 행동, 그리고 녹취록
녹취록 내용은 전병욱이 자신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완강히 부인하고 있음을 생생히 보여준다. 그는 피해자 앞에서 조차 "자신은 성추행 한 적은 없는데 생각해보니 너야"라는 말까지 서슴없이 했다. 여기엔 피해자가 그에게 어떻게 당했는지를 진술한 기록도 담겨 있었다.
피해자의 진술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뉴스앤조이는 이 사건을 최초 보도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 시간을 주면서 그의 회개를 유도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러나 이런 선한 의도와는 다르게 상황은 혼탁해지고 있었다.
온라인은 그의 성추행 의혹을 둘러싸고 한 치의 양보 없는 공방을 벌였다. 특히 전병욱 씨를 지지하는 쪽은 뉴스앤조이를 향해 공공연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이러자 뉴스앤조이에서도 구체적인 사실을 보도할 것임을 은연중에 시사했다.
만약 구체적인 정황이 폭로되면, 전병욱은 물론 삼일교회도 큰 타격이 불가피했다. 녹취록에 담긴 사건의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전병욱 씨는 이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것도 아주 완강하게. 정 변호사의 고백을 보면, 그는 변호사에게 조차 솔직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11월의 사과문은 이 같은 정황에서 나온 산물이다. 사과문에 '지금은 돌아갈 수 없다'는 대목이 적혀있다. 이 대목은 해석하기에 따라선 그의 복귀여지를 남겨놓은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었다. 실제 12월에 그의 복귀를 추진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었다.
삼일교회 복귀는 무산됐다. 전병욱 씨 입장에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당회는 12월 피해자매를 만나 저간의 상황을 들었다. 장로들마저 손 사레를 칠 정도로 추행 내용은 심각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전병욱 씨는 여전히 부인으로 일관했다. 2011년 5월 행정담당 강 모 목사는 이 같은 진술을 남겼다.
"우리가 전병욱 목사를 사임시킨 건, 그가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확인되어서이지 그가 잘못을 인정해서가 아니다. 전병욱이 아직도 회개하고 있지 않은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이제 삼일교회와 전병욱 목사는 별개다."
단언하건데, 전병욱 씨는 회개하지 않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다. 사건이 불거졌던 초기,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삼일교회는 한국교회의 중심" 운운하며 피해자의 입을 막으려 했다. 그러던 그가 강단에서는 침을 튀어 가며 하느님 나라를 역설했다. 안식년에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그의 얼굴에서 죄책감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이야기를 마무리하자. 전병욱이 정말로 회개했을까? 아닌 것 같다.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 그에게 회개를 볼 수 있는 열매가 없다. 그에게 회개를 구한다는 건 이제 무의미한 일 같다. 그에게 회개를 기대하기보다 법적, 제도적 조치를 동원해 그가 다시는 예수 이름 팔아 장사속 채우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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