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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Review

진실을 위해선 고통스런 자기부정이 따른다 진실을 위해선 고통스런 자기부정이 따른다리뷰] 거짓과의 힘겨운 싸움을 그린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너무나도 당연한 명제다. 그러나 승리는 당연히 주어지지 않는다. 실체가 드러나지 않는 사악한 힘이 거짓을 편들고 있다면 참은 거짓을 이기기 힘들다. 더구나 거짓은 성실하기까지 하다. 거짓을 이기려면 거짓보다 더 성실해야 한다. 믹 잭슨 감독이 연출하고 레이첼 와이즈, 앤드류 스콧 등이 출연하는 법정 드라마 는 거짓과의 싸움이 당연한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치밀한 전략과 때론 가슴이 찢어지는 자기 부정이 있어야 '겨우'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운다. 히틀러를 신봉하는 자칭 비주류 역사학자 데이빗 어빙(티모시 스폴)은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이 날조됐다는 주장을 서슴지 않는다. 미국.. 더보기
새 대통령 시대, 다시 한 번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생각한다 새 대통령 시대, 다시 한 번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생각한다품격 있는 태도, 그가 우리 사회에 던지는 '울림' “클린트 이스트우드에게 배워라.” 올해 2월20일자 앵커브리핑의 주제였다. 진행자인 손석희 앵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을 소개하면서 “진짜 보수란 희생하며 책임지며 그리하여 끝내 지켜내는 것, 굳이 유모차까지 일부러 끌고 나오지 않아도 되는, 우리 나이로 치자면 여든 여덟의 보수주의자가 보여주는 보수의 품격”이라고 요약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비단 보수진영에게만 귀감이 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그의 태도는 새 대통령을 맞이한 지금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울림을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보수주의자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의 주인공 설리 기장을 영웅으로 그리지 않는다. 그보다 설리의 내면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더보기
무너지는 닉슨의 고해성사, 박근혜는 못한다 무너지는 닉슨의 고해성사, 박근혜는 못한다리뷰] 이 그리는 닉슨의 자기 고백 리처드 닉슨(1913~1994)은 야심만만한 정치인이었다. 비록 워터게이트 스캔들 때문에 미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중도하차'라는 불명예를 안기는 했다. 그런데도 그는 호시탐탐 정계 복귀를 노렸다. 영국과 호주를 오가며 쇼프로그램 MC로 활동하는 데이비드 프로스트는 TV를 통해 닉슨의 하야 성명 발표를 보면서 '삘'이 꽂힌다. 프로스트는 곧장 닉슨과 인터뷰를 추진하고, 닉슨은 이 인터뷰를 통해 명예회복을 노린다. 이 둘은 서로 만나 흡사 일대일 격투기 경기를 하듯 치열한 토론 공방을 벌인다. ▲영화 의 포스터. 마치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세심한 분장, 연기, 연출이 돋보인다. ⓒ UPI 코리아 등을 연출한 론 하워드 감독은 두 .. 더보기
쉰두 살의 키에누 리브스,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 쉰두 살의 키에누 리브스, 실력은 녹슬지 않았다[리뷰] 화려한 액션... 왠지 모르게 매력적인 ▲ 키에누 리브스 주연의 신작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누구나 나이 들어간다. 한때 할리우드를 쥐고 흔들었던 슈퍼스타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더 멋있어지는 배우나 감독을 종종 본다.(물론 역으로 나이 들수록 추해지는 이들도 있다) 감독으로선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첫 손가락에 꼽고 싶다. 배우라면 단연 올해 쉰두 살인 키에누 리브스다. 마침 키에누 리브스의 신작 를 봤다. 살짝 기른 머리카락과 텁수룩한 수염으로 덮인 그의 모습에서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그러나 그의 액션 연기는 전혀 녹슬지 않아 보인다. 는 영화 시작부터 강렬한 액션이 이어진다. 존 윅(키에누 리브스)은 러시아 마피아의 본거지를.. 더보기
<너의 이름은.>에 담긴 치유의 힘 에 담긴 치유의 힘[리뷰] 동일본 대지진과 세월호 떠올리게 하는 신카이 마코토의 ▲ ⓒ 메가박스(주)플러스엠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애니메이션 이 개봉 19일째인 지난 달 22일 300만 관객을 돌파했다. 사실 의 기세는 심상치 않았다. 개봉 5일째 100만을, 그리고 11일째에 200만을 넘어섰으니 말이다. 은 또 다른 기록을 갈아치웠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역대 일본영화 흥행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처음 볼 때만 해도 이 한국시장에서 이렇게 흥행가도를 질주할 줄은 몰랐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보니 이 영화는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의 아픔마저 건드리는 요소를 지녔다고 본다. 일본은 2011년 도호쿠 대지진을, 그리고 한국은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겪었다. 에서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는 3년의 시간을.. 더보기
노동당 토니 블레어는 어떻게 노동자를 배신했나 노동당 토니 블레어는 어떻게 노동자를 배신했나[리뷰] 켄 로치 감독의 신작 ▲켄 로치는 에서 블레어 집권 이후 영국 노동정책의 허점을 꼬집는다.ⓒ 영화사 진진 흔히 엄청난 규모의 영화를 잘 만들어 큰돈을 벌어들이는 감독 앞엔 '거장'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이렇게 따지면 영국 출신의 켄 로치 감독은 거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는 소소한 이야기를 섬세한 필치로 그려나간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통해 '큰 그림'을 보여준다. 그의 1995년 작 에서는 순수한 열정으로 스페인 내전에 참여한 무정부주의자들의 투쟁을 통해 제2차 세계대전의 전주곡과도 같았던 스페인 내전의 난맥상을 드러낸다. 2006년 작 에서는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투신했다가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테디와 데이미언 형제의 갈등을 투시경 삼아 아일랜드.. 더보기
“국정원 이대로 두면 국민이 위태롭다” “국정원 이대로 두면 국민이 위태롭다” [리뷰] 국정원의 간첩조작 파헤친 다큐영화 ▲ 은 다큐멘터리임에도 극영화 못지 않은 긴장감이 있다. ⓒ 엣나인 “지금 공영방송은 언론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상태가 됐다, 공영방송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을 굳이 영화로 만들 필요도 없었다.” 영화 을 만든 최승호 뉴스타파 피디가 지난 5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있었던 기자회견서 밝힌 연출의 변이다. 최 감독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은 지난 2012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을 중심으로 국가정보원의 간첩조작 행위를 고발한다. 영화를 통해 드러난 국정원의 조작 행위는 경악 그 자체다. 물론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처럼 무조건 붙잡아다 패고, 성폭행을 가하는 일은 없어졌다. 그러나 .. 더보기
“정의? 그런 따위는 없어” “정의? 그런 따위는 없어”리뷰] 기득권 흑막 까발린 ⓒ 포스터. 쇼박스 , , , 등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영화의 대세는 ‘부조리'다. 가 스폰서 검사를 다뤘다면 은 재벌2세의 갑질을 고발한다. 그리고 과 은 총체적 붕괴상황인 지금 대한민국의 은유다. 사실 이 영화들이 다루는 부조리는 신문·방송 등 저널리즘의 영역이다. 그러나 신문·방송이 제 구실을 못하다 보니 영화, 혹은 드라마가 저널리즘의 역할을 대신하고 나선 것이다. 부조리극 중에서 가장 백미는 우민호 감독의 이다. 으로 친숙한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영화화한 작품인데 좀 심한 비유일수도 있겠지만, 영화는 보면 볼수록 원작자와 연출자, 출연 배우 모두 요새 유행어로 ‘약 빨고' 만든 것 같다. 오해는 마시라. 구성도 탄탄하고 연기도 탁월하다는 칭찬.. 더보기
<밀정>, 독립운동사 연구에 화두를 던지다 , 독립운동사 연구에 화두를 던지다[리뷰] 일제하 위장친일파 재조명이 활발히 이뤄져야▲영화 (위)과 (아래). 모두 일제시대 한국독립운동에 대해 다뤘지만, 그 결은 상이하다.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쇼박스 최근 한국영화는 근대사 바로 세우기에 앞장서는 모양새다. 영화 이 월북 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과 여성 독립운동가 남자현의 존재를 일깨웠다면,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은 위장 친일파를 화두로 던지는 양상이다. 먼저 두 영화는 일제하 독립운동을 다뤘음에도 확실히 결을 달리한다. 은 선과 악의 경계가 뚜렷하다. 물론 생계형 독립 운동가들이 감초처럼 들어가 있지만 말이다. 반면 속 의열단원들은 선과 악의 희미한 경계 사이에서 위태롭게 줄타기를 한다. 자칫 위장 친일파에게 상황 논리를 제공해 줄 위험이 높아 보.. 더보기
"기다려봐, 조만간 연예인 사건 터질 거야" "기다려봐, 조만간 연예인 사건 터질 거야"[리뷰] 연예인 물타기 암시하며 끝난 영화 를 다시 떠올리다▲영화 는 현실의 부조리를 풍자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쩌면 영화보다 더 끔찍할지 모른다.ⓒ 필름트레인 지난 14일부터 인터넷 포털 사이트는 한 연예인의 성폭행 논란을 다룬 기사들로 넘쳐났다. 논란의 주인공은 배우이자 가수로, 그리고 한류스타로 한창 주가를 올리는 연예인이다. 이 연예인의 성폭행 논란은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런데 그 사이 다른 중요한 쟁점, 이를테면 전기-가스 민영화, 방위사업청 1000억 원대 손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의 법조 비리,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의혹 등은 사라지는 양상이다. 벌써부터 네티즌들은 검찰이 대중들의 관심을 민감한 쟁점에서 다른 곳으로 돌리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