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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우리는 모르는, 그러나 밖에선 잘 아는 우리만의 장점

우리는 모르는, 그러나 밖에선 잘 아는 우리만의 장점
로버트 레드포드의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입장에 붙여 

우리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뒤쳐지지 않는 자랑스러운 장점들이 많다. 그런데 불행한 건, 이 장점을 세계인들이 먼저 발견해 우리에게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스팅', '내일을 향해 쏴라', '위대한 갯츠비'의 명배우 로버트 레드포드가 환경전문 웹사이트 '지구위에서'에 '제주도의 투쟁 : 군비경쟁이 한국의 낙원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나?'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글 한 줄 한 줄에 환경운동가로서의 면모와 제주도의 환경에 대한 무한한 애정, 그리고 제주도를 지키려는 주민들의 투쟁에 대한 연민이 깊이 베어 있다. 


그는 이 글을 통해 미국이 중국을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로 포위하려 하고 있으며, 제주 해군기지는 이 전략의 연결고리라고 보고 있다. 한국 해군이 기지 건설을 강행하는 이유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얽매여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했다. 너무나도 정확한 지적이다. 그런데 이런 지적은 군사-정치 전문가들이 이미 밝힌 내용들이어서 새롭지는 않다. 문제는 주민들과 한국의 시민운동가들 역시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군사전략과 맞물려 진행되고 있음을 일찌감치 간파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놀라운 건 정부와 해군당국의 반응이었다. 정부와 군 당국은 주민들의 목소리를 묵살했다. 국가안보에 관한 일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더욱 놀라운 건, 주민들과 시민운동가들의 반대 목소리가 점점 격화되자 이들을 반정부 세력으로 몰아 붙였던 일이다. 특히 해군은 최정예 요원들인 UDT대원들을 투입해 주민들을 무자비하게 다뤘다. 공사 현장에서 묵주기도를 드리던 사제와 수녀마저 경찰에 의해 연행당했다. 평화롭던 섬 마을이 삽시간에 아수라장이 되버린 것이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지적은 이 대목에서 빛난다. 레드포드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겨 보자.


 
* 온어스에 실린 로버트 레드포드의 글(온어스 웹사이트 캡쳐)
 

전 섬 주민들이 기지건설을 중단시기기 위해 힘겹게 비폭력투쟁을 벌이고 있음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주민들은 몸을 던져 블도저와 시멘트 트럭을 막았습니다. 개인의 자유를 희생해가며 말입니다. 그래서 주민들은 맞았고, 감옥에 갇혔습니다. 또 해군 당국, 그리고 기지 건설사인 삼성과 대림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엄청난 벌금을 내야 했습니다. 주민들 모두는 자신들의 고향, 그리고 지구상에서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을 지켰던 것입니다


- 로버트 레드포드 


정부 당국은 기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국가안보라는 명분을 내세워 투명하지 않은 행정을 펼쳤고, 심지어는 조사 보고서를 왜곡해 이 문제가 국제적인 이슈로 부각되지 못하게끔 했다. 주민들에게서 기지건설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려는 일체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이런 부도덕한 정부를 향해 격렬한 시위를 벌일 법도 하다. 그렇지만 주민들은 비폭력 평화 투쟁을 벌이고 있다. 평화로운 섬을 지키려는 주민들의 노력은 눈물겹기 그지 없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글이 세간에 알려지자 혹자들은 부끄럽다, 혹은 나라망신이다는 반응을 보였다. 분명, 한국 정부와 해군이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좌빨' 딱지를 붙이며 탄압하는 건 수치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해 보자. 이토록 사악한 정부에 비폭력으로 맞서는 주민들의 모습은 실로 자랑스럽다. 세계적인 명배우이자 환경운동가인 레드포드도 여기에 감동하지 않았던가? 주민들의 아름다운 투쟁을 밖에서 먼저 알아준 것이 부끄러울 뿐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 없는 우리만의 장점이 너무나 많다. 스스로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다. 우리 스스로의 장점을 잘 살려 나간다면 구태여 언론과 정부기관을 동원해 전시성 행사를 치르지 않아도 우리의 '품격'은 자연스레 올라가게 돼 있다. 좀 더 자신감을 갖자.


ps. 해군 당국에 맞서 평화의 섬 제주를 지키기 위해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제주 강정주민들에게 하느님의 평화와 공의가 임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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