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Diary

김정은의 리더십 배양은 주변국들의 몫


* 북한의 새 지도자 김정은


지난 해 말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남한은 물론 국제사회는 북한체제의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갑작스런 리더십 공백이 체제의 위기를 불러일으키지 않을까하는 우려에서였다. 북한은 수년 째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사회의 핵개발 프로그램 포기 압력도 여전하다. 김 위원장은 17년간 북한을 철권통치했다. 그동안 쌓이고 쌓인 불만감이 김 위원장의 사망을 계기로 걷잡을 수 없이 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북한은 이러한 우려를 비웃듯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지도부 교체도 별다른 이상징후 없이 무난하게 이뤄지고 있어 보인다. 김정은은 새해 벽두 지도자로서의 행보를 시작했다. 그런데 지도자로서의 첫 행보가 군부대 시찰이었다. 북한 권력구도의 핵이 군부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김정은의 첫 행보는 대단히 시사적이다. 김정은을 맞은 지휘부와 병사들은 열렬한 박수를 보냈다. 김정은과 손을 맞잡은 북한군 지휘관은 감격에 겨워했다.


김정은의 군부대 방문은 잘 짜여진 각본 속에서 이뤄졌을 것이다. 군부대 시찰 화면만 보고 북한체제의 안정 여부를 논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북한 지도체제의 변화가 순조로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여러모로 다행스럽다. 그리고 김정은 체제의 안착은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줄 것이라 조심스럽게 전망해본다.


김정은은 할아버지, 아버지와는 다른 환경에서 북한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처지다. 김일성은 1945년 해방 이후 남북분단, 그리고 1950년 한국전쟁을 경험했다. 그는 북한체제 성립의 주인공이었다. 또 한국전쟁 당시엔 체제를 잃어버릴뻔한 위기를 겪었다. 그래서 휴전 이후 사망할때까지 내내 체제를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혔다.


김정일은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아버지의 그늘 속에서 지도자 수업을 받았다. 1983년 버마 랑군의 아웅산 테러, 1986년 KAL기 폭파사건, 1999년과 2002년 연평해전 등등 크고 작은 도발은 김정일이 획책했다. 그가 획책한 일련의 도발행위는 자신이 주적인 남한과 미국에 맞설 능력과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걸 과시해 후계자로 낙점 받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었다.


한반도 주변국들의 외교력 시험대


김 위원장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김정은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대남 도발을 벌일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남한과 미국은 김 위원장 사망 직후 경계태세를 강화하고 도발 가능성에 대배했다. 다행히 북한의 도발은 없었다.


김정은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그의 출생연도 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알려진 사실은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는 점 정도다. 그가 대남도발을 획책했다는 징후도 없고, 그의 통치철학이나 대남-대미 전략도 미확인 상태다. 그렇지만 그는 과거사에 대한 부담이 전혀 없다. 50년 전 벌어진 전쟁의 기억에 갇혀 경직될 수 밖엔 없던 앞세대와는 달리 유연한 사고가 가능할 수 있다. 서방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것도 호재다.


앞으로 김정은은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키워 나가야 할 것이다. 그가 효과적으로 체제를 장악하지 못하면 그 여파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 중국, 일본 등 주변국으로 파급되기 때문이다.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감안해 볼 때 최악의 경우의 수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이는 역설적으로 주변국들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 김정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해빙무드로 접어들 수 있고, 동북아 정세도 안정을 찾을 수 있다. 또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달리 주변국들이 접근하기에 따라서는 소통이 가능한 상대로 변화시킬 수도 있다. 결국 남한과 한반도 주변국들의 외교 역량이 관건이란 말이다.


남한과 한반도 주변국들은 우선 김정은을 대화상대로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남도발, 핵-미사일 실험, 인권탄압 등 김일성-김정일 부자가 남긴 부정적인 유산에서 결별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이 무력으로 해결될 수 없다는 사실은 1950년 한국전쟁, 그리고 2010년의 연평도 포격사태로 이미 입증됐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