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Photo Diary

진정한 괴담 진원지는 언론?


* 포털 다음의 북한 관련 특집 뉴스 화면

* 포털 네이버의 메인 화면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12월 19일 전해졌습니다. 이날 저녁 TV뉴스는 온통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으로 도배됐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0일 아침 진보-보수를 가릴 것 없이 조간신문의 헤드라인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이 차지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에서 중요한 인물이기 때문에 언론이 그의 죽음을 주요 뉴스로 다루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이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나자 묘한 기류가 감지됩니다. 네이버나 다음 등 주요 포털에 올라오는 북한 관련 뉴스들이 한결 같이 불안감을 부추기는 내용의 기사들로 채워지고 있어서입니다. 그 기사를 생산해 내는 언론사들은 국내 신문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유력 신문들입니다.


"북, 김정일 사망으로 한반도 정세 '대격랑'", "북한 핵무기 실전배치", "북한 체제 흔들리면 난민 최대 400만명", "정은, 이복형 김정남 두차례 암살시도".... 헤드라인만 보면 이제 곧 한반도에 큰 혼란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한 시점은 12월 17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이 공식 발표된 시점은 12월 19일입니다. 3일 동안 남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 소식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런 남한의 언론이 어떻게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자마자 핵무기가 실전에 배치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며, 김 위원장의 후계자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려고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는지 의아스럽기만 합니다.


최근 들어 인터넷, 특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대한 논란이 후끈 달아 오르고 있습니다. 정부, 그리고 유력 언론들은 SNS에 음란물은 물론 정제되지 않은 정보들, 사실이 아닌 정보들, 루머, 괴담들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고 그래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정일 위원장 사망 소식이 전해진 이후 언론, 특히 SNS를 규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유력 언론들이 생산해내는 기사를 유심히 살펴보면 이런 기사들이 과연 신빙성이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인지를 의심케 합니다.


중앙일보는 12.20일자 기사에서 북한이 핵을 소형화해 실전에 배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리고 한국경제신문은 같은 날 2004년 11월 김정은이 노동당작전부 공작원들을 동원해 이복형인 김정남을 오스트리아에서 살해하려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정말 사실일까요? 북한이 정말로 핵무기를 실전에 배치했다고 하면, 일찌감치 미국이 북한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무산시키려 했을 것입니다.
 

여기서 독자들이 염두해야 할 점은 북한은 유례 없는 폐쇄성으로 인해 정보접근이 거의 차단돼 있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핵개발 의혹이 처음 제기된 건 지난 1989년이었습니다. 북한이 영변에 핵 발전소를 짓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은 미국의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에 근거했습니다. 처음에 북한은 이를 부인했습니다. 미국 역시 확신을 하지 못했습니다. 최강의 정보력을 자랑한다는 미국조차 정찰위성이 찍은 사진 말고는 어떻게 확인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북한이 보유한 핵 프로그램의 실체는 미국의 계속되는 감시, 그리고 수차례에 걸친 국제사회의 핵사찰 끝에 드러났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소식도 연장선상에서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남한은 물론, 일본-미국의 정보기관 조차 북한의 낌새를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괴담의 진원지는 유력 언론?


이렇게 사실확인이 어렵고, 기본적인 정보, 이를테면 김정일 위원장이 어떤 경위로 사망했는지에 대한 정보 접근 조차 제한된 대상이 바로 북한입니다. 이런 북한에 대해서 북한군이 핵무기를 소형화해 실전에 배치했다는 둥, 김정은이 이복형 김정남을 비롯해 정적들을 숙청하려고 시도했다는 둥 과거 80년대 반공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을 유력언론이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무척 민감한 지역이어서 확인되지 않은 정보의 유포는 사회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이런 위험한 짓을 유력언론이 앞장서 하고 있으니, 혹시나 유력언론들이 사회를 불안하게 만들려고 작심한 건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듭니다. 정부와 유력언론들은 툭하면 괴담을 문제삼지만 정작 괴담을 쏟아내고 있는 장본인들은 바로 자신들임을 스스로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 언론들은 비교적 차분한 태도로 북한의 정치적 장래와 한반도 정세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나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 언론들은 김정일 위원장 사후 북한 체제의 안정은 김정은이 성공적으로 군부를 장악하는 데 달려 있다면서도 향후 정세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미국 정부 역시 마찬가지 태도입니다. 이런 태도의 기저에는 한반도에서 불안이 조성되는 걸 원치 않는다는 정서가 깔려 있습니다. 뼈속까지 친미인 이 나라 대통령과 언론들이 미국의 태도를 본 받지 못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북한 체제의 정치적 장래는 남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김일성 주석은 말년에 북한의 체제위기를 인식했고, 이런 인식은 역사적인 남북 정상회담 합의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정상회담 직전에 사망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말입니다.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인계 받은 김정일 위원장은 '핵'이란 강경카드로 국제사회를 불안하게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그리고 남한과의 대화를 모색하는 이중의 전술을 구사했고 1994년 핵위기 이후엔 강석주 외무상을 축으로 하는 온건파에게 힘을 실어 주었습니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그리고 역사적인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도출된 의미 있는 성과였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들어 남북관계는 경색됐고, 천안함-연평도 포격사태를 거치면서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이 와중에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젊지만 아직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30대의 김정은이 북한체제의 권력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남한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일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모든 상황을 감안해 볼때 앞으로의 사태전개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입니다. 이 와중에 반공 이데올로기를 부추겨 북한을 자극한다거나, 사실이 확인되지 않은 괴담을 유포해 사회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는 자칫 심각한 안보 위기를 불러올 수 있습니다. 언론의 생명은 정확한 사실 보도입니다. 특히 김정일 위원장 사망 같은 사회불안을 가져올 위험성이 높은 보도는 첫째, 빨리 알리고(Tell it fast), 둘째 전부를 알리고(Tell it all), 세째 정직하게 알려야(Tell it honest)합니다.


그런데, 이런 위험한 일을 유력 언론이 앞장서 저지르고 있으니 혹시 배후에 사회를 불안에 빠뜨리려는 세력이 숨어 있는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만 합니다. 그럼 그 유력 언론사들은 맞받아치겠지요. 괴담을 유포한다고 말입니다.

'Photo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정은의 리더십 배양은 주변국들의 몫  (0) 2012.01.20
문재인 단상  (0) 2012.01.10
작은 불꽃 하나가....  (0) 2011.11.25
익숙해진 풍경  (0) 2011.11.23
촛불을 들며....  (0) 2011.1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