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존 케리 상원의원
박원순 후보, 케리의 실패에서 대응 전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무척 중요한 의미를 갖는 선거였다. 2003년 미국이 일방적으로 감행한 이라크 전쟁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부시 행정부는 전쟁 초기만 해도 전쟁 수행과 전후처리에 낙관적이었다.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미군 사망자 수는 점점 늘어만 갔고, 이라크의 정치적 장래도 불투명했다. 이라크 전쟁을 바라보는 미국 여론도 점차 싸늘해져가고 있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 존 케리 상원의원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전 패착을 집중 공략했다.
그러나 부시 진영은 승리를 거뒀다. 부시의 승리 요인은 네거티브 공세에 있었다. 네거티브 전략은 부시의 참모인 칼 로브가 구상해 냈다. 부시 진영은 케리를 '이랬다 저랬다(flip-flop)' 말 바꾸는 사람, 못 믿을 사람으로 몰아 붙였다.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존 케리는 부시의 이라크 전쟁 패착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런데 케리는 상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 이라크가 보유한 대량 살상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한편, 사담 후세인이 위협적인 존재임을 증언했었다. 케리는 1998년 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 개발계획을 추구하고 있다"고 발언했고, 2002년 10월엔 "나는 사담 후세인에게 책임을 물어 그의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할 채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케리의 발언은 부시 정권이 이라크 전쟁을 벌인 명분과 정확히 일치했다. 무엇보다 케리가 이라크 전쟁 개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런 케리가 대통령 선거철이 되자 부시 정권의 전쟁정책을 공격하고 있었던 것이다.
칼 로브는 이 대목을 물고 늘어졌다. 칼 로브는 케리가 애초에 이라크 전쟁에 찬성해 놓고선, 전황이 불리해지고 전쟁을 정치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니까 입장을 바꾸는 것으로 몰아갔다. 불행하게도, 칼 로브의 전략은 제대로 먹혀들었다. 존 케리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은성무공훈장 등 훈장을 5개나 받은 전쟁영웅이었지만 부시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에 휘말려 체면을 구겼다. 또 '전쟁 중 지휘관을 바꿔선 안 된다'는 당시 미국 여론의 정서도 케리의 실패에 기여한 요인이었다.
여당의 실정이 야당의 이득으로 직결되지 않아
오는 10월 26일로 예정된 서울시장 선거에 여당인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 나경원 후보와 범야권 단일후보로 나선 박원순 후보가 오차 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인다는 소식이다. 선거 초반만해도 안철수 바람을 탄 박원순 후보가 나경원 후보를 10% 포인트까지 앞섰던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의 접전 양상은 다소 의외다. 이렇게 된 데에는 나경원 후보 진영의 네거티브 공세가 큰 기여를 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론조사 기관인 한백리서치 조사 결과 도덕성 면에서 응답자 44.4%가 '나 후보가 낫다'고 답한데 비해, '박 후보가 낫다'는 응답자는 41.2%에 불과한 것은 주목해야 할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겨레 신문 2011.10.14.]
10.26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는 이명박-오세훈으로 이어지는 토건행정에 대한 심판의 의미는 물론 진보진영이 단일화를 통해 보수 기득권 세력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시험대이다. 이번 선거 결과가 내년 총선-대선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를 미칠 것임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의 실정이 야권의 집권을 자동으로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처럼 집권세력의 네거티브 공세에 잘못 휘말리면 오히려 단단히 체면 구길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이제까지의 상황을 보면, 범야권의 박원순 후보가 집권여당인 한나라당의 나경원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에 밀리는 모양새다. 박원순 후보 진영은 2004년 케리의 실패에서 대응전략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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