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에 가면 심심찮게 철창에 갇힌 고양이나 강아지들이 손님들을 기다리는 광경을 종종 목격한다.
천안시 성환읍의 오랜 전통시장인 이화시장에서도 그랬다. 한 켠에서 할아버지 한 분이 고양이를 팔려고 했었다. 얼마냐고 물으니 한 마리에 2만 5천원이란다.
두 녀석은 연인사이인지, 서로의 얼굴을 부비고 있었다. 그 위에 얹어진 철창엔 어미로 보이는 녀석과 새끼들 네 다섯이 옹기종기 포갠채 있었다. 어미는 사람들을 잔뜩 경계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새끼 중에 한 녀석은 무사태평하게 자고, 다른 두 녀석은 자는 녀석을 열심히 핥고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한 녀석은 너무나도 애처롭게 울고 있었다. 마치 이 철창에서 꺼내달라는 듯이....
도대체 이 고양이 가족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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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가 이 물음에 답을 줄지도 모른다. 이 프로그램에서 한 번 길고양이를 다룬 적이 있었는데, 밤마다 길고양이들을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이들은 길고양이들을 포획해 전통시장에 내다 판다는 것이다.
지난 해엔 고양이들이 좋아할 만한 미끼를 넣은 포획틀로 600여 마리를 잡아 끓는 물에 넣어 도살한 업자가 경찰에 잡히기도 했다. 이 업자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집행유예를 받았다고 하는데, 동물보호단체들은 이에 대해 거세가 반발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철창에 갇힌 고양이 가족들은 돈을 노린 업자들에게 강제로 붙잡혀 팔려가는 처지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
말 못하는 고양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말자. 말만 못할 뿐 그들도 상처 입기 쉬운 존재들이다.
[2016.04.11. 성환 이화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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