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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빅토르 안의 금메달이 남긴 것

빅토르 안의 금메달이 남긴 것 


*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따고 감격하는 빅토르 안(출처 : 뉴시스)


소치 올림픽에서 난데없이 귀화 논란이 불거졌다. 러시아 대표팀의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이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따면서다. 그런데 스포츠 선수의 귀화가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하계 올림픽 탁구 경기는 온통 중국 선수들의 경연 무대다. 미국 대표도 중국 선수요, 호주 대표도 중국 선수다. 중국이 워낙 선수층이 두터워 대표선발전에서 밀린 선수들은 해외진출을 모색했고, 세계 각국은 메달권 진입을 위해 이들에게 시민권을 줘서 올림픽에 출전시킨 때문이다. 


축구는 더하다. 월드컵이나 유로 대회에 출전하는 유럽 대표팀들 치고 귀화선수 없는 팀이 거의 없다.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 프랑스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던 지네딘 지단은 알제리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같은 시기 데니스 베르캄프와 투톱을 이뤘던 네덜란드의 파트리크 클루이베르트는 수리남이 고향이다. 한편 현 독일 대표팀의 주축 선수인 메수트 외칠은 터키계인데 히딩크는 터키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 그를 영입하기 위해 국적을 문제 삼은 적이 있었다. 또 고공 점프에 이은 헤딩슛이 트레이드 마크인 미로스라프 클로제와 현재 독일 대표팀의 주득점원인 루카스 포돌스키는 인접국인 폴란드 출신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전력 극대화를 위해 외국 국적 선수의 귀화를 적극 모색하기도 한다. 오는 6월 있을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대표팀과 맞붙을 벨기에는 자국 명문 안더레흐트에서 주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아르헨티나 출신 마티아스 수아레스의 귀화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수아레스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2008년 안더레흐트에 입단한 후 지금까지 137경기에서 42골을 성공시킨 공격수. 벨기에 언론에 따르면 조르주 리킨스 전 국가대표 감독이 수아레스의 귀화에 적극적이라고 보도했다. 우리나라 프로 농구도 한국계 미국인 선수들에게 특별귀화를 허용해 국가대표팀 경기에 뛰게 한다. 이렇듯 큰 흐름에서 볼 때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가 특별한 일은 아니다. 


우리가 빅토르 안의 금메달을 통해 곱씹어야 할 교훈은 따로 있다. 우선 오로지 실력이 절대 기준이 되어야 할 스포츠의 세계에 파벌이 만연하고, 그로 인해 아까운 선수 자원이 해외로 유출됐다는 점, 이에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 되지 않는 방법을 도출해 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 출신 선수가 조국을 버렸다고 흥분하기보다 그가 왜 조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 국적을 얻어 올림픽에 출전했는지, 조국에 만연한 부조리가 그의 올림픽 출전을 가로막은 건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이번 일을 유야무야 넘기면 제2, 제3의 빅토르 안은 얼마든지 양산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