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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 승리' 발언이 갖는 중의적 의미

'한국전 승리' 발언이 갖는 중의적 의미 

- 종북몰이 끝내고 언론은 제자리 찾아야


'연설의 달인' 버락 오바마가 한국전쟁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중요한 발언을 했다. 그는 현지시간으로 27일 워싱턴 한국전 참전 기념공원에서 열린 정전협정 60주년 기념연설에서 이렇게 연설했다. 


* 버락 오바마(출처 : 가디언)


"5천 만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경제와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반면 북한은 빈곤과 정치적 압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오늘 우리는 자신 있게 한국 전쟁이 무승부(tie)가 아니고 한국은 승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승리이고, 당신들의 유산입니다."


오바마 특유의 호소력 있는 연설이었다. 미국과 영국의 주요 언론들은 이 같은 발언 내용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고, 한국 언론들도 앞 다투어 대서특필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이 연설에 담긴 역사인식에 주목했다. 그간 역사학계에서 한국전쟁은 무승부가 정설이었다. 그러나 오바마의 연설내용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의 유력일간지인 USA투데이는 "많은 역사가들은 한국 전쟁이 남북의 대치로 마무리됐다고 이야기한다. 반면 오바마는 병사들이 '무승부를 위해 목숨을 잃었다'는 주장에 날을 세웠다"고 지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바마의 역사인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한국전쟁 종전 후 60년이 지난 현재 남북한이 처한 상황을 비교하면서 한국(남한)을 승리자로 규정하는 건 지나치게 결과론적인 시각이다. 오바마의 주장대로라면 1945년 미국에 항복한 일본이 지금 미국보다 더 높은 정치적 자유와 부를 누리고 있다면 일본은 2차 세계대전의 승자인 셈이기 때문이다. 


시각을 달리해서 순전히 현재적인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한국 승자' 발언은 한국이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이미 승리를 거뒀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속내는 알 길이 없지만, 오바마는 어쩌면 극우반공주의가 준동하는 한국 상황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실제 한국은 전쟁의 참화를 딛고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이뤄냈다. 이에 힘입어 북한과의 체제경쟁은 사실상 의미를 상실했다. 미국이 한국의 성장을 이유로 대한(對韓) 방위공약을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한 시점은 고도 성장기였던 1970년대였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불행하게도 이 나라의 기득권 세력은 끊임없이 북한의 위협을 확대 재생산하는데 여념이 없다. 언론 보도태도는 더욱 의아스럽다. 심지어 YTN은 "오바마 6.25 전쟁 한국 승리"라는 헤드라인으로 보도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선 아주 모호한 발언의 전후맥락은 싹둑 자르고 말이다. 이건 사실왜곡이고 더 나아가 역사왜곡이다. 


이명박 전 정권 이후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언론의 왜곡 보도와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종북몰이다. 두 요소는 때론 독립적으로, 때론 서로 얽히며 이 나라를 병들게 만들고 있다. 이번 오바마 발언의 경우도 이 발언을 보도하는 언론의 보도태도가 전자를 드러낸다면 발언의 자의적 해석은 후자를 부각시켜준다. 


무엇보다 오바마의 발언대로 체제경쟁은 한국의 승리로 끝났다. 그러니 철지난 종북몰이는 끝내고 언론은 언론의 역할을 다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