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게 드리는 공개 질의서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에게 드리는 공개 질의서

강원도 춘천 지역구의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님,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의원님께 궁금한 점이 있어 이렇게 질의서를 올립니다. 

*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출처 : 뉴시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의원님 외 18명의 의원들이 반국가활동을 한 경우 국가 안전보장을 위해 필요한 범위 내에서 변호인 접견과 교통권을 제한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보도를 보고 의원님의 식견을 떠나 인간으로서의 기본 소양 자체가 의심스러워 여쭙니다. 

정말 사실인가요? 그렇다면 이 법안을 발의한 취지와 구체적인 목적은 무엇인가요? 

전 법에 대해 문외한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후안무치한 범죄를 저지른 흉악범이라도 법정에서 변호인의 변론을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쯤은 압니다. 반국가활동을 하다 잡혀들어온 사람이라도 예외는 아닐 것입니다. 

전 역사를 공부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 연합국이 뉘른베르크에 법정을 열어 헤르만 괴링, 루돌프 헤스 등 나치 수뇌부를 단죄했고, 1963년 독일 정부가 나치 하수인들을 법정에 세워 그들의 죄과를 물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회부된 나치 전범들은 그들의 행위가 반인류적 범죄였음을 선고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들이 변호인 접견권을 거부당했다든지, 교통권을 제한당했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이들은 아주 강력한 변호사로 부터 강력한 변호를 받았습니다. 변호인측이 제출한 자료는 총 2,700여 건으로 검찰측이 제출한 2,300여 건 보다 오히려 더 많습니다. 1963년 열렸던 나치 부역자 재판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나치에 부역했던 이들은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독일 정부는 역사적 차원에서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법정을 열어 나치 하급관리자들의 과거 범죄를 단죄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입장을 적극 대변해줬던 변호인단이 존재했습니다. 변호인측은 나치 하급관리자들의 범행을 증언한 증인의 신뢰도를 무너뜨리는 작전을 펼쳤습니다. 변호인단 가운데에는 나치 정권의 실력자들을 변호해 온 전문 변호사가 섞여 있기까지 했습니다.  

이렇듯 반인류적 범죄를 저질렀던 범죄자들도 최고의 변론 기회를 잡았고, 이들은 이 기회를 적극 이용해 자신의 죄과가 정당하다고 강변했습니다. 

백보 양보해 의원님께서 정말로 나라를 걱정해 이 법안을 발의했다고 칩시다. 그렇다 해도 쉽게 수긍할 수는 없습니다. 그 이유는 '반국가활동'의 정의가 지나치게 모호하다는 것입니다. 경험적으로 볼때, 과거 정권, 특히 5.16 쿠데타로 집권한 박정희 정권과 12.12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정권은 권력의 정통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모든 학생, 시민단체들을 '반국가활동' 혐의로 옭아 맸습니다. 혹시 의원님께서는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변호인'을 보셨는지요? 이 영화는 '반국가활동'이 정권에 의해 어떻게 이용됐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의원님이 생각하는 반국가활동은 무엇인가요?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고,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및 국군 사이버 사령부의 적극적인 공작활동으로 출범했다고 주장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인가요? 아니면 박근혜 씨의 해외순방때 교민들이 국정원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시위를 주최한 일을 말하는 것인가요? 

아무리 생각해도 '반국가행위'라는 모호한 개념을 내세워 기본권인 변호인 접견권을 거부하는 법안을 발의한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행위에 불과하다고 결론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여쭙겠습니다. 

의원님께서 왜, 무슨 의도로 이 법안을 발의하셨는지요? 박근혜 씨의 눈에 띠어 한 자리 하고 싶어서인가요? 아니면 진정으로 이 나라를 사랑해서인가요? 

의원님의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 아래는 형사소송법 일부 개정안 발의 의원 명단

강은희 김진태 김태원 김학용 김한표 류지영 문정림 심재철 안홍준 염동열 윤재옥 이노근 이헌승 장윤석 정문헌 조원진 조현룡 주호영 한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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