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가 대한민국에 환생한다면?
프란츠 카프카(1852~9131)의 소설은 마치 꿈속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하지만 몽환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놀라울 이 만치 현실적이다. 그가 그리는 현실은 부조리하기 그지없다. 때론 퇴폐적인 분위기마저 풍긴다. 이 같은 이유로 한동안 소련 등 옛 공산권에서는 그를 부르주와 퇴폐주의 작가로 낙인찍어 그의 작품을 판매금지 시켰다.
이런 몽환적인 분위기와 부조리한 상황 묘사는 유대인이라는 출신배경과 아버지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공부했던 법학의 영향에서 비롯됐다. 중간 상인계급이었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아들 프란츠에게 법학 공부를 강요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서울대 안경환 교수에 따르면 카프카의 아버지는 '법학(Rechtswissenschaft)은 밥학(Brotswissenschaft)'이라며 아들에게 법 공부를 강요했다고 한다. 이런 탓에 그의 작품에서 아버지는 고압적이고 불가항력적인 존재로 그려진다. 그의 대표작 <변신>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아들 그레고르 잠자가 벌레로 변신해 버리자 노발대발하다가 잠자가 죽으니 아무렇지도 않아한다.
* 프란츠 카프카(출처 : 가디언)
카프카는 법학에 꽤나 염증을 느낀 것 같다. 세상에 대한 무관심을 배우기 위해 법을 공부했노라고 고백했을 정도니까. 권위적 존재의 강요에서 비롯된 염세적 감정은 자연스럽게 부르조아 자본주의 현실에 대한 무력감으로 이어졌다. 어느 날 갑자기 벌레로 변신한 자아를 그린 작품 <변신>은 바로 이런 자의식의 발로였다. 한편 평생 문지기를 구슬려도 끝내 법의 관문에 진입하는데 실패한다는 이야기인 단편 <법 앞에서>는 높은 법의 문턱에서 좌절하는 법 현실의 생생한 자화상에 다름 아니다.
전도유망한 여대생을 청부살해한 재벌 마나님께서 무기징역형을 받고도 법을 비웃듯 호화 병실에서 소일거리 한다는 소식이다. 비단 이 재벌 마나님의 이야기 말고도 이 나라엔 부조리극을 방불케 하는 일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벌어진다.
만약 카프카가 21세기의 대한민국에 환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사회 부조리를 다룬 장편소설쯤은 한 달에 한 편씩 우습지도 않게 써내지 않을까?
카프카도 혀를 내두를 부조리한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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