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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사과에 인색한 대통령

사과에 인색한 대통령


일국의 국가 원수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일이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같이 위계 문화가 강하고, 상급자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 돼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적어도 국가원수라면 국가 기강과 대외적 위신이 손상됐거나 손상될 수 있는 중대사에 대해선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릴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것은 국가원수 개인의 체면이 손상되는 일이 아닐뿐더러 국가원수로서 모욕적인 행동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국민의 박수를 받을 일일 것이다.


박근혜는 사과에 대해서 무척 인색하다.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이 미국 방문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 이에 대해 그는 "공직자로서 있어서는 안되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서 국민 여러분께 큰 실망을 끼쳐 드린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사과입장을 표명했다. 워딩은 깔끔하다. 하지만 어딘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그의 사과는 대국민 담화나 기자회견이 아닌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TV 화면을 통해 보여지는 모습은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다기 보다 아랫사람들을 다그치는 듯한 분위기였다. 박근혜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고 때론 표독스럽기까지 했다. 


* 박근혜(출처 - 연합뉴스)


그는 사과문 말미에 향후 유사사례 발생시 관련 수석들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윤창중 임명은 박근혜 당선 후 가장 먼저 이뤄진 조치였다. 그의 임명을 둘러싸고 반발이 거셌지만 박근혜는 이에 아랑곳 없이 그를 인수위 대변인에 임명했고, 이어 청와대 대변인으로 영전시켰다. 결국 윤창중이 부린 말썽의 먼 원인은 박근혜의 고집불통에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사과문에는 이런 내용은 없었다. 


사과에 인색한 박근혜의 모습은 현재뿐만 아니라 후보 시절에도 이미 드러난 바 있었다. 그가 집권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로 확정되자 곳곳에서 과거사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여론이 들끓자 그는 지난 해 9월24일 기자회견을 자청해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겠노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사과는 이른 아침에 전격적으로 이뤄진데다 그는 준비한 사과문만 발표하고 자리를 피했다.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은채로. 


그의 기행은 여기서 그친게 아니었다. 그는 오후에 부산에 내려가 말춤을 췄다. 만약 그가 과거사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했다면, 그래서 일그러진 과거사로 인해 피해입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렸다면 그날 만큼은 자중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자중하기 보다 흔들어댔다. 그의 사과에 과연 진정성이 있었나 의심스럽기까지 했다. 


박근혜가 대국민 사과를 했다지만 성난 여론은 좀처럼 잠잠해질 줄 모른다. 이런 데에는 그의 사과도 한 몫했다고 본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라면 국민 앞에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이 미덕이다. 특히 민주적인 절차로 선출된 대통령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박근혜에게서 보이는 보습은 제왕적 대통령이다. 참모들도 그의 심기 헤아리기에 급급하다. 


사과에 인색한 대통령, 아니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할 줄 모르는 대통령, 바로 대한민국 18대 대통령 박근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