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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세계 역사학계에 한 획을 긋다

뉴라이트, 세계 역사학계에 한 획을 긋다


역사적 사실의 선택과 해석은 관점에 따라 좌우된다. 사람마다 관점이 다르듯 역사를 보는 관점도 역사가에 따라 판이하다. 역사를 보는 관점 가운데 '식민주의 사관'이라는 것이 있다. 서강대 차하순 교수는 식민주의 사관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식민주의 사관은 간단히 말해서 한 국가가 다른 국가(민족, 종족, 지역 등)를 정치적으로 지배하고 경제적으로 수탈하는 정책이 역사적으로 필연적이며 또한 문화적으로 유익하다고 믿는 역사의식인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민주의 사관은 체계적이라기 보다는 다분히 주관적이며 '감정적 요소가 있는(emotive)' 개념이다. 따라서 식민주의 사관을 둘러싸고 정복자의 우월과 거만이 깃들어 있고 피정복자의 굴욕과 쓰라림이 수반되기 마련이다. 그것은 한 국가가 다른 지역을 노예화하기 위한 문화적 제국주의의 소산인 것이다. 그것은 문화정책, 어문, 예술, 교육 등의 분야에 걸쳐 식민지인의 예속을 '하나의 필연적 운명'의 결과 또는 '문화적 혜택과 복지'의 결실이라고 정당화한다."


- 차하순, <식민주의 사관>


식민주의 사관은 제국주의 역사에서 파생돼 태동하고 발전했다. 이 같은 사관이 왜 필요했는지는 자명하다. 제국주의적 수탈을 정당화할 무언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 식민주의 향수를 그린 영화 '인도차이나'(1992)


제2차 세계대전 종전과 동시에 식민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영국-프랑스 등 옛 제국주의 국가에서 식민시대 향수가 아주 사라지지는 않았다. 때론 인종주의라는 극단적 형태로 분출되는가 하면 영화 같은 문화적 표현물로 드러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까뜨린느 드뇌브 주연의 프랑스 영화 '인도차이나'가 대표적이다. 이 영화에서 프랑스는 인도차이나를 '양녀(L'Adoption)'로까지 그린다. 식민지 향수병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대목은 식민주의 사관은 어디까지나 영국-프랑스 등 옛 제국주의자들이 피지배 민족의 역사를 재단하는 도구였을 뿐이라는 인식이다. 제국주의로 수탈당한 피지배민족이 식민사관을 들고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뉴라이트 전국연합이라는 극우단체가 자신들의 관점이 담긴 역사 교과서를 만들었단다. 놀랍게도 이 교과서는 국사편찬위원회 역사교과서 검정심의위원회의 검정 본심사를 통과했단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 책은 일제 강점기를 "근대 문명을 학습하고 실천함으로써 근대국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사회적 능력'이 두텁게 축적되는 시기"라고 기술했단다. 전형적인 식민사관의 발로다. 그렇기에 전혀 새롭지 않다. 하지만 이런 시대착오적 시각이 피지배민에게서 나왔다는 점은 실로 새롭고 충격적이다. 세계 역사학계 사상 기념비적인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참담하기 그지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