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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문학수첩] 토마스 만의 인격살인, 김지하의 거짓말

[토마스 만의 인격살인, 김지하의 거짓말]


토마스 만(1875~1955)은 20세기 초반 최고의 독일 작가로 손꼽힌다. 그와 비슷한 시기에 작품활동을 했던 헤르만 헤세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인기가 높다. 하지만 독일어권에서는 토마스 만에 무게를 실어준다.


그는 1896년 '부덴브루크家 사람들(Buddenbrooks)' 집필을 시작한데 이어 1898년 '키 작은 프리데만씨(Der kleine Herr Friedemann)' 출판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그는 마침내 1929년 '부덴브루크家 사람들(Buddenbrooks)'로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면서 명실상부한 최고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인간미'를 기준으로 했을 때 그는 합격점을 받을 만한 위인은 아니었다.


그에겐 하인리히 만이라는 형이 있었다. 하인리히 역시 작가였었으며 동생만큼 승승장구하지는 못했지만 이따금씩 세간의 이목을 끈 작품을 발표했었다. 특히 동생 토마스가 1901년 '부덴브루크家 사람들'을 내놓은 이후 '토니오 크뢰거(Tonio Kröger)'(1903)를 빼곤 이렇다 할 후속작을 내놓지 못했던데 비해 하인리히는 1905년 '운라트 교수(Professor Unrat)'를 발표하며 잠시나마 토마스의 명성을 추월하기도 했다.

 

사실 문단에서 먼저 인정을 받은 이는 하인리히였다. 그는 '부덴브루크家 사람들'이 출판되기 한 해 전인 1900년 '환락의 땅에서(Im Schlaraffenland)'라는 작품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토마스에게 유명세를 가져다 준 '부덴브루크家 사람들'은 원래 형 하인리히와 공동으로 집필하려던 작품이었다.



* 토마스 만(1875~1955)


'부덴브루크家 사람들'은 형제의 운명을 갈라 놓았다. 토마스는 이 작품에 힘입어 하인리히에 대해 확실한 우위를 차지했다. 열세에 처한 하인리히는 작품활동에 매달렸다. 하지만 후속작들은 하나 같이 변변치 않았고 문단으로부터 혹평을 한 몸에 받았다. 이 가운데 가장 신랄한 비판을 퍼부은 장본인은 바로 동생인 토마스였다. 토마스는 드러내놓고 하인리히가 작가로서 함량미달이라고 선언한다. 

 

형이 만들어낸 건 병적이야. 그 자체가 병적이라는 게 아니라 삐뚤어지고 부자연스런 욕구의 결과이기 때문이지. 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성취욕의 결과이기도 해.

 

토마스가 형을 향해 내뱉은 비평의 수위는 조롱에 가까울만치 심했다. 일부 평론가들이 구약성서 창세기에 기록된 카인과 아벨의 형제 살인에 버금간다고 했을 정도였다. 


하인리히는 동생의 저주 탓인지 재기불능의 지경까지 갔다. 토마스 만은 이에 아랑곳 없이 1924년 '마의 산(Der Zauberberg)'을 발표하며 명성을 다졌다. 



* 하인리히 만(1871~1950)


하인리히는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프랑스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다. 사실 그가 미국에 온 것도 먼저 망명한 토마스의 배려 덕이었다. 여기서 기억해야 할 대목은 동생의 배려는 '승자의 여유'였지 형제애에서 비롯된 자연스런 감정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토마스는 형에게 시혜를 베풀듯 대했고 하인리히는 이런 동생으로 인해 예술혼이 꺼져갔다.


하인리히는 결국 미국에서 가난과 싸우다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토마스의 무자비한 인격살인만 아니었어도 하인리히의 작가 인생은 달라졌을 지도 몰랐다. 다른 한편으로 토마스가 하인리히의 끝없는 추락을 지켜보며 쾌재를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독일 현대소설의 거장 토마스 만의 민낯은 이러했다. 


한때 저항시인으로 추앙 받았던 김지하가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그의 글 안에 감춰져 있던 본연의 자아가 하나씩 하나씩 드러나면서부터다. 글 밖으로 드러나는 김지하의 자아는 추악하기 그지 없다. 자식을 교육시킬 등록금 조차 없었다고 거짓말을 하는 한편 7년 간의 영어 생활도 과장된 것임이 후배 작가의 입을 통해 폭로됐다. 문인에게 그가 남긴 글에 걸맞는 인간미와 온기를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런 일일까? 


그동안 간직해왔던 신념이 무색해진다. 



마의 산

저자
토마스 만 지음
출판사
을유문화사 | 2008-06-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20세기 독일 문학의 거장 토마스 만의 대표작! 노벨문학상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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