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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소금이 되어

지도자를 세우는 일은 하느님의 주권?

지도자를 세우는 일은 하느님의 주권? 


5년 전 개신교 교회에서는 지도자는 하느님이 세우신다고, 하느님을 믿는 사람을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5년이 지난 지금 교회 안팎에선 비슷한 이야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그렇지 않아도 저렴하기로 소문난 개신교계가 또 다시 저렴함을 드러낸다.


구약성서의 선지자 사무엘은 사울이 이스라엘의 초대 왕으로 등극하는 과정을 소상히 기록한다. 사무엘의 기록에 따르면 사울의 왕위등극은 하느님의 뜻이 아니었다. 사무엘은 여호와께서 이집트의 노예살이에서 해방시켰거늘 왜 왕을 세우려 하냐면서 이스라엘 백성을 책망한다.


"이스라엘 자손에게 이르되 이스라엘 하나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기를 내가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고 너희를 애굽인의 손과 너희를 압제하는 모든 나라의 손에서 건져내었느니라 하셨거늘 너희는 너희를 모든 재난과 고통 중에서 친히 구원하여 내신 너희의 하나님을 오늘 버리고 이르기를 우리 위에 왕을 세우라 하는도다"


- 사무엘상 10:18~19


하지만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의 소원을 받아들여 왕을 세운다. 이에 사무엘은 "이제 너희가 구한 왕, 너희가 택한 왕을 보라 여호와께서 너희 위에 왕을 세우셨느니라"고 선포한다. 그런데 사무엘의 외침은 어딘가 모르게 냉소가 가득하다.


이스라엘 백성이 왕을 세워달라고 아우성 친 이유는 간단하다. 하느님이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제 이집트에서 종살이 한 기억도 희미해졌고, 사회도 많이 안정됐으니 하느님을 멀리하고 왕을 세워 땅에서의 이익을 취하겠다는 말이다.


이에 하느님께선 마지못해 왕을 허락하신다. 얼핏 이스라엘 백성의 소원에 못이기는 모양새를 취한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시대 변화에 따른 요구를 하느님께서 수용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당시 사회는 제정일치의 부족 공동체에서 세속적 국가기구가 필요한 시점으로 진화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세속의 권력을 세우면서도 하느님께선 당신의 백성이 당신을 경외할 것을 바라신다. 이에 하느님께서는 사무엘의 입을 통해 "만일 너희가 여전히 악을 행하면 너희와 너희 왕이 다 멸망하리라"고 엄중히 경고한다.


5년 전 하느님이 역사하셔서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세우셨던가? 오히려 이 땅의 백성들이 물욕에 눈 어두워 그를 대통령으로 만든 것 아니었던가? 이 땅의 지도자를 세우심은 하느님의 역사가 개입한다고? 누가 그러던가? 오히려 구약성서는 인간의 욕심이 하느님의 주권을 외면했음을 증거하지 않던가? 


이 땅의 기독교인들이 4년 전에도 그랬듯 또 다시 물욕에 눈 어두워 하느님의 주권을 외면하고, 유신의 망령을 불러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