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빛과 소금이 되어

세습 목회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종북주의자들

세습 목회자들이야 말로 진정한 종북주의자들 


대한민국 사회만큼 이율배반과 이중잣대가 횡행하는 사회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더욱 참담한 건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교회가 이런 이율배반과 이중잣대를 몸소 실천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교회는 극우반공 이데올로기가 주된 교의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북한의 그것과 너무나 비슷하다. 특히 담임목사직의 부자 세습이 그렇다. 


교회는 극우 반공 이데올로기가 성경적이라고 설파해왔고, 그것이 정말로 성서의 메시지라고 굳게 믿는다. 이념으로 덧칠된 신앙을 교의로 하는 개신교는 전세계에서 미국의 일부 근본주의 그룹을 제외하곤 찾아보기 힘들다. 더욱이 이념화된 기독교는 이 나라에서는 당당히 주류다. 좌우 이념의 척도로 따져볼 때 예수 그리스도는 좌파에 더 가까운데 말이다. 


일전에 금란교회 김홍도라는 자는 조선일보에 큼지막하게 광고를 내서 소위 '좌파'들이 북한의 권력 세습은 비판하지 않으면서 교회 세습은 비판한다고 볼멘소리를 낸 적이 있었다. 김홍도 자신이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세습했기에 이 광고는 사실 자기합리화에 불과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는 한 술 더 떴다. 이들은 담임목사직의 세습은 세습이 아니라 청빙이라는 논리를 폈다. "교회는 하나님의 것이요, 한 개인의 것이 아닌 교회 공동체 모두의 것이기에 교회의 후임자는 그가 비록 직계 자손이라고 할지라도 부모의 재산이나 신분 등을 물려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산과 신분을 물려받는 '세습'이라는 단어는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세습은 인본주의적인 사고로 점철된 낱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교회가 하나님의 것'이라는 주장은 원론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교회의 재산권 행사는 사실상 담임목사에게 전권위임돼 있는 것이 한국교회의 현실이다. 특히 담임목사의 카리스마에 힘입어 덩치를 키운 교회일수록 교회는 사실상 담임목사의 소유물이다. 세습은 바로 이런 교회들에서 주로 이뤄진다. 이 와중에 교회가 하나님의 소유 운운하는 주장은 공염불일 뿐이며 '청빙'은 신앙의 외피를 입은 부와 교권의 대물림을 은폐하는 허울에 지나지 않는다. 사실 한기총의 청빙 운운은 전 회장이었던 왕성교회 길자연의 세습 움직임을 정당화시키기 위한 사전포석에 불과했다. 


교회는 북한 사회의 축소판?


길자연이 세습을 강행한지 4개월만에 역시 한기총 회장을 지낸 성남성결교회 목사인 이용규도 담임목사직을 아들에게 물려줬다. 이용규는 절차 없이 자동승계한게 아니라고 주장한다. 당회와 청빙위, 사무총회 등 정당한 절차를 거쳤고 그래서 세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 북한의 김정일-김정은이 최고권력자인 김일성-김정일의 아들이어서 당연직으로 권력을 물려 받은 것이 아니다. 치열한 권력 암투에서 살아 남아 각각 김일성-김정일로부터 후계자로 낙점 받았고, 이후 차근차근 최고 권력자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아왔다.(* 출처 : Online Athens)


저들이 그토록 원수처럼 생각하는 북한의 사례를 살펴보자. 김정일-김정은이 최고권력자인 김일성-김정일의 아들이어서 당연직으로 권력을 물려 받은 것이 아니다. 예로부터 궁정의 역사는 피의 역사였다. 최고 권력자의 핏줄끼리 아버지의 권력을 물려 받기 위해 서로를 견제하고 세를 규합해 상대방을 물리친 역사란 말이다. 구약성서 사무엘기에 기록된 압살롬의 반란도 따지고 보면 아버지인 다윗의 왕권을 노린 궁정 쿠데타였다. 


김정일-김정은 역시 궁정 내의 치열한 권력 암투에서 살아 남아 각각 김일성-김정일로부터 후계자로 낙점 받았고, 이후 차근차근 최고 권력자로 가기 위한 단계를 밟아왔다.


다만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의 급작스러운 건강 악화로 인해 후계자 수업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김정은 체제의 연착륙에 우려 섞인 시각이 많았던 것일 뿐이다. 


정당한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세습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큰 목사님'들께서 이런 사실은 알고 떠드는 것일까? 


언제부터인가 종북이란 출처불명의 해괴한 낱말이 공공연히 유통된다. 낱말 그대로를 풀이하면 '북한을 따른다'는 말인데, 주로 정권이나 교회 세습에 반대하는 이들을 공격할 때 사용된다. 그러나 낱말 뜻 그대로라면 교회야 말로 종북을 온 몸으로 실천하고 있는 집단이다. 


목회자는 신과 같은 반열에 올라 앉아 절대권력을 휘두르고, 절대권력에 대한 비판은 금기시 되며 신도들이 혹시 담임목사를 비판하는 건 아닌지 감시체제가 작동하고, 비판자들을 향해선 종북이라는 딱지를 붙이는데다, 교회 권력의 대물림이 버젓이 자행되니 북한 사회와 교회가 다를 게 과연 무엇일까? 


강단이나 보수단체의 정치집회에서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한껏 고취하는 바로 그 목회자들이 종북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은 차라리 한 편의 코메디다. 이런 코메디를 보고 웃어야 할까? 아니면 울어야 할까? 


종북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목사들이여, 자유 대한을 떠나 위대하신 김정은 수령동지의 품에 안겨 오래오래 잘 사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