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빛과 소금이 되어

전병욱과 삼일교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전병욱과 삼일교회.... 이제는 말할 수 있다

삼일교회와의 분쟁, 그리고 합의에 이르는 과정



참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우선 먼저 제 소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전 삼일교회 출석 교인이었으며 네이버 블로그 '꿈을 찍는 사진관' 운영자입니다. 그리고 2010년 9월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였던 전병욱씨의 성추행 사건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블로그와 다음 아고라, 그리고 트위터를 통해 사건을 알렸던 사람입니다. 최근 그가 새로 홍익대 인근에 교회를 개척한다고 해서 기독교계가 시끄럽습니다. 이러자 예기치 않게 여러 군데서 저한테 접촉을 의뢰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저도 입을 열어야 할 때가 됐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지금부터 드리는 이야기는 전 씨의 교회개척과는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개척 시도는 진실을 외면한데 따른 귀결인 동시에 이에 따른 책임을 통감해야 함을 일깨워주는 사례라고 생각되어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보려 합니다. 더구나 전 씨 쪽에서 저와의 합의를 근거로 그의 범죄 사실은 대수롭지 않다고 주장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해명 차원에서도 지난 일을 드러내야겠다는 판단에 오랜 고민 끝에 말씀을 드립니다.


2억 6천만 원 고소를 당하다


삼일교회 측에서는 2010년 12월 저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를 물어 형사 고소하는 한편 2011년 2월 2억 6천만 원의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었습니다. 고소인은 당회 장로, 부교역자 및 평신도 진장 등 총 27명이었습니다. 고소가 이뤄지기 전, 삼일교회 측 변호사는 피해자 측 변호사를 통해 저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습니다. 이 자리엔 이 사건의 또 다른 당사자가 함께 배석해 있었습니다. 그분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블로그를 통해 전병욱의 성범죄를 강력하게 규탄했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바로 네이버 상에서 '빛마음'으로 알려진 목사님이었습니다.


교회 측의 요구는 간단했습니다. 즉, 삼일교회를 다룬 게시물을 내려라, 내리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피해자 쪽 변호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는 불쾌감을 느꼈습니다. 같은 자리에 있던 빛마음 목사님 역시 불쾌해 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전 게시물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동안의 과정을 볼 때 전 교회 측이 사건을 은폐, 축소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저쪽에서 법적 조치 운운하고 나서니 이를 받아들이면 저들의 겁박에 굴복하는 것 같아서였습니다.


전 애초부터 제 글 가운데 법적으로 문제 삼으면 얼마든지 문제 삼을 수 있는 대목이 상당부분 있다는 걸 명확히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사안이 사안이니 만큼 애초에 블로그 활동을 시작하면서 명예훼손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사실관계에 대해 법적으로 다투어도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글을 내리지 않은 두 번째 이유였습니다.


지금 지난 날 제가 블로그와 트위터에 적은 글들을 보면 저 스스로 부끄러워합니다. 왜 이토록 거친 표현을 썼던가, 좀 더 세련되게 굴었더라면 삼일교회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도 덜 줬을 테고 적어도 궁지에 몰리는 일은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부교역자에 대해 브로커 운운했던 대목은 아마 교회 쪽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문제 삼고 넘어갔을 것이 분명하다고 보입니다.


하지만 전 브로커란 표현이 아니었더라도 고소는 피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삼일교회 측은 전 씨를 사임처리하고 교회를 비판했던 네티즌에 대해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습니다. 그 물망에 오른 대상이 저와 빛마음 목사님, 그리고 전병욱 씨에게 당한 성추행 피해를 언론에 제보했던 삼일교회 한 자매였습니다.


빛마음 목사님의 경우는 목회자여서 송사에 휘말리는 일 자체가 부담스러운 입장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불쾌해 하면서도 삼일교회 측의 통첩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전 씨가 또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킨다면 즉각 개입하겠다는 단서 조항을 붙였습니다. 피해자매는 남편과 가정이 있던 탓에 삼일교회의 고소로 인해 여론의 집중을 받는 것을 부담스러워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저 혼자만 남았습니다.


민·형사상 고소 배경


우선 제가 전목사의 성범죄 사실을 공론화시킨 취지부터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전 당시 삼일교회 성도였고, '좋은 교회'를 다니고 있다는 자부심으로 충만했습니다. 하지만 전목사의 성범죄 사실이 알려진 이후 교회 안의 분위기는 납득하기 어려웠습니다. 잘 알려진 대로 전 목사 사건은 2010년 9월 [뉴스앤조이]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교회 밖에선 그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비등했습니다. 반면 정작 당사자인 삼일교회 성도들은 그런 사실을 입에 올리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모습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특히 사건이 '성'과 결부됐기에 더더욱 조심스러워했습니다. 교회 지도부는 그저 쉬쉬하면서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적어도 제 눈에는 말입니다.


저는 피해자매가 같은 팀에서 함께 지내며 믿음 안에서 교제를 나눴을 자매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될 것만 같았습니다. 또 삼일교회가 젊은이 교회라면 기성교회와는 다르게 내부에서 전목사의 실족이 공론화되고 해결되어 가는 모습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트위터에 올린 몇 개의 글에 대해 삼일교회 부교역자들로부터 이틀에 걸쳐 전화로 추궁성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러자 더 이상의 침묵은 안된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이에 저는 네이버에 운영하고 있던 블로그와 트위터에 그의 성범죄를 주제로 계속해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그의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거세게 일었고 이는 전목사의 사임이 처리되던 12월까지 이어졌습니다. 전목사의 사임 처리 후 사건은 일단락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런데 2월이 되자 제게 느닷없이 고소장이 날아왔습니다. 저는 처음에 삼일교회 쪽이 사건이 다 끝난 마당에 왜 이런 송사를 벌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송사를 이끌어가다 보면 전 씨의 성추행 행각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교회 측이 전 씨의 교회개척의 싹을 자르려고 이 같은 일을 벌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교회 측이 제기한 혐의점과 저를 도와주셨던 변호사님의 자문을 종합해볼 때 제 판단은 잘못된 것이었습니다. 교회 측이 전목사를 사임시킬 당시만 해도 삼일교회는 '전병욱'이라는 브랜드와 거의 동일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었습니다. 교회 측은 전 씨를 사임시키기는 했지만 교회의 대외 이미지를 지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상에선 온통 부정적인 게시물만 난무했었고, 대부분의 게시물을 작성한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교회 입장에서 볼 때 이미지 관리를 위해선 전 씨의 성추행 행각을 최소화 시켜야 하는 한편 교회가 그에 대해 올바르게 치리를 했다는 인상을 보여야 했습니다. 저에 대한 고소는 이런 맥락에서 이뤄진 것입니다. 교회 쪽에서 제기한 고소장의 내용은 이를 뒷받침합니다.


피고는 '○○○'라는 인터넷언론매체의 기자로서, 하늘의자(lukesw)는 필명으로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꿈을 찍는 사진관'이란 블로그를 운영하고, 미국 소셜 네트워킹 및 마이크로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트위터에 'Devil's Advocate'라는 계정을 개설하여 '4chapter'라는 필명으로 위 트위터를 관리운영하며, 원고들을 비방할 목적으로 허위사실을 무분별하게 적시하여 원고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자입니다.


전 고소 소식을 듣고 화가 머리끝까지 올라왔습니다. 앞서 밝혔듯 전 씨의 성추문은 2010년 10월부터 12월까지 한창 사람들의 입길에 오르내렸습니다. 만약 이때 교회 쪽에서 법적 조치를 취했다면 모르겠습니다. 그의 사임처리가 이뤄졌고, 그래서 저 역시 블로그 활동을 중단했는데 느닷없이 경찰에서 소환장을 받아 드니 그저 황당할 뿐이었습니다.


형사상 고소가 이뤄진 시점은 2010년 12월 31일이었고 제게 전달된 시점은 다음해 2월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체류하고 있었습니다. 고소 사실은 어머니와의 전화통화에서 알게 됐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부재 중에 갑자기 소환장이 발부돼 무슨 일인가하고 뜯어보았다가 교회가 고소했다는 걸 보시곤 충격을 받으셔서 쓰러지셨습니다. 지금은 많이 회복하셨지만 한동안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몸져누워 계셨습니다. 저와 전화통화하시면서도 많이 울먹이셨습니다.


교회 쪽의 고소사실을 알았을 때, 저는 끝까지 한 번 가보자는 결기를 보였었습니다. 아마 그즈음 제가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보셨던 분들은 이 같은 결기를 충분히 느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교회 쪽의 고소사실에 분개했지만 왜 애꿎은 우리 어머니까지 이렇게 만드나는 생각에 분을 삭이지 못했습니다.


저는 전 씨의 실족을 다루면서 많은 훌륭한 동역자를 얻었습니다. 그분들 역시 분노했습니다. 제 사건은 언론도 관심을 가질 만 했습니다. 교회가 자기 교회 성도를 향해 2억 6천 만 원이라는 거액의 소송을 건 사실 자체가 여론의 공분을 살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선 트위터를 통해 피소사실을 알렸고, 평소 트위터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한겨레] 허** 기자에게 전 씨의 사건을 제보했습니다. 전 씨의 성추행 사건을 최초 보도했던 [뉴스앤조이] 쪽에서도 접촉해 왔습니다. [일요신문]에서는 인터뷰 요청까지 받았습니다. 이들 매체의 취재 요청에 적극 응했습니다. 이외 매체에서도 접촉 제의가 있었지만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제 사건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일요신문]의 인터뷰 기사 내용이 너무나도 적나라했었습니다. 사실 기사 내용은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었습니다. 제 사건을 보도한 허** 기자는 문제의 녹취록까지 들은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성범죄 수위가 너무 강해 드러내놓고 언급하지 않았을 뿐이었습니다. 저 자신 기사를 보고 약간의 당혹감이 들었습니다. 일부에서는 드러내놓고 불쾌한 반응마저 보였습니다. 혼자만 살겠다고 피해자를 그렇게 적나라하게 발가벗길 수 있냐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돼 이들에게 2차 피해가 갈 위험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사실 제가 가장 마음 아픈 대목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이런저런 고민 끝에 이쯤에서 멈춰야 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한 자매의 중재제안을 받았습니다. 저는 그 제안을 흔쾌히 받아 들였습니다. 그때 그 자매는 교회와 대화에 임하려면 진정성을 보여야 하니 블로그와 트위터에 소송을 언급하는 일은 자제해줄 것을 요청했고, 저는 이를 수락했습니다. 마침내 6월 1일 교회 쪽 강 모 목사와 예비접촉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전 "교회를 무너뜨리려 한 것이 아니다. 이것만 인정해주면 교회 쪽 요구는 적극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때 강 목사와 한 시간 넘게 대화를 나누면서 그동안 오해가 많이 쌓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예비접촉이 있고 꼭 2주일 후 정 모 변호사, 남 모 변호사, 이 모 장로, 강 모 목사와 함께 만남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남 변호사는 현재 전 씨의 대리인 역할을 자임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사실 그때 남 변호사가 왜 그 자리에 있어야 했는지 의아했었습니다. 남 변호사가 이 자리에 있냐고 강하게 항의하지 못했는지, 지금 생각해도 아쉽기만 합니다.


'도가니'를 연상시켰던 합의의 자리


이 자리에서 남 변호사는 참으로 놀라운 일을 벌였습니다. 그는 피해자의 진술을 거짓으로 몰아갔습니다. 거짓말로 몰린 주인공은 바로 앞서 언급했던 피해 자매였습니다. 동석했던 교회 쪽 사람들 이야기는 아예 그런 성추행 사실조차 없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더 나아가 이 피해자조차 고소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너무나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로 드러나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지금까지도 뼈아프게 생각하는 일입니다. 저는 이래선 안 되겠다 싶어 그들의 추궁 섞인 질문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들에게 '사건의 진실여부를 다투러 온 것이 아니다. 그럴 생각 있었다면 법정으로 갔을 것이다'는 말로 저들의 추궁을 잘랐습니다. 그리곤 요구조건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교회 쪽은 기다렸다는 듯이 준비한 문건을 내밀었습니다. 5개항으로 이뤄진 합의서와 사과문안이었습니다. 사과문안의 골자는 "담임목사의 사임과 관련된 일련의 일들에 대해 삼일교회와 부교역자 등에 대해 비방하는 사실을 올렸다", "그런데 삼일교회가 문제를 조직적으로 은폐하였다거나 부교역자들이 성상납을 하였다거나 이단설을 유포하였다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다"는 것이었습니다. 더욱이 "삼일교회 전 담임목사님과 관련해 올렸던 글들도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이 있음을 최근 확인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습니다.


사실 이 안은 저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남 변호사는 예비접촉에서 교회 쪽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따지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전 제안을 했습니다. "상호합의는 비공개로 하자, 대신 블로그에 올릴 사과문은 내 입장을 반영해서 상호 조율해서 올리는 것으로 하자"고 말입니다. 교회 쪽은 이를 받아들였습니다. 우선 합의문에 서명은 하되 제가 블로그에 사과문이 조율되면 소는 취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저는 7월 8일 블로그에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사실 사과문안 작성에도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저는 저를 적극 도와주셨던 분들의 입장을 반영한 사과문 초안을 작성해 교회 측 법률 대리인이었던 정 모 변호사에게 보냈습니다. 이 때 그 변호사는 이 안에 수정을 가하면서 다음과 같은 문구를 집어넣어야 한다고 요구했습니다.


전 담임목사님과 관련한 글 중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음을 최근 삼일교회와 대화를 통해 확인하였습니다. 저의 글의 오류로 인하여 정확하지 않은 사실이 전파된 것에 대해서도 사과 말씀 드립니다.


이 같은 문구 외에 여러 곳에 수정을 가했는데, 수정한 내용 모두 합의안처럼 쉽사리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전병욱은 크게 잘못한 것이 없다'는 결론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저는 수정안을 또 다시 손질했고, 정 모 변호사가 요구한 문구는 뺐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사건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또 다시 전병욱 목사님을 입에 올리면 또 한 번의 행적논란이 있게 됩니다. 그러면 저 말고 또 다른 사람이 나타나 진실규명을 요구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전 목사님 행적에 대해서는 그냥 언급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이 저는 물론 교회 쪽에도 이롭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 모 변호사는 문자 메시지를 통해 미진한 부분이 있지만 사과문을 게시하고 소를 취하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습니다.


덧붙여 말씀 드리면 제 주장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이 부교역자 브로커 운운한 대목이었습니다. 분명 말씀 드리는데 제가 부교역자 모두를 브로커로 지목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황 모 목사를 염두에 두었었습니다. 또 무엇보다 교회 측이 민형사상 소송을 걸면서 제기한 혐의가 비단 이것 하나만은 아니었습니다.


소장에 적힌 그대로를 인용하면 "1) 2009.11 사건이 강간미수사건이라고 하거나 2) 삼일교회가 위 사건을 은폐하려 한다거나 3) 피해자가 이단이라는 설, 단순히 안마정도의 사건이라는 설 등 허위사실을 유포하였다거나 4) 전병욱 담임목사의 사과문이 궁지에 내몰리니 어쩔 수 없이 나온 것이라거나 5) 삼일교회 부교역자들이 담임목사를 위해 성상납을 하여왔다"는 등 모두 다섯 가지였습니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소송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서는 오로지 한 가지, 즉 부교역자 성상납 주장만 부각시켜서 소송의 정당성을 주장했었습니다. 저와 최종 합의하는 과정에서도 조직적 은폐나 성상납 주장이 허위임을 밝히는데 집중했지 나마지 혐의점들은 비중 있게 거론하지 않았습니다. 예비접촉 자리에서도 강 목사는 교회와 관련된 주장에 대해서는 양보해 달라고 요청했었습니다. 교회 쪽이 제기한 혐의점은 죄다 전병욱 씨의 성범죄 사실이었는데 말입니다. 교회 측이 왜 이런 입장을 취했는지, 그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성상납, 그리고 조직적 은폐라는 주장이 '법적으로' 입증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교회 측과 합의하는 자리에서 아주 재밌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바로 전별금의 실체입니다. 합의문에 서명을 마치고 이 모 장로, 강 목사와 저 이렇게 세 사람은 국방부 인근에서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이 장로는 대화가 원하는 방향으로 마무리 되어서 기분이 좋았나 봅니다. 그 자리에서 뜻밖의 이야기를 건네주었습니다. 바로 전별금 13억을 전 씨에게 줬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전별금을 둘러싼 자세한 내막은 언론에 수차례 보도 되었으니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한겨레] 허** 기자와 [일요신문] 이** 기자에게 알렸습니다. 이 두 기자를 보호해줘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합의하는 자리에서 남 변호사는 저와의 합의를 근거로 [한겨레] 기사와 [일요신문] 기사를 손보겠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즉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말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기자에게 13억 전별금 이야기를 알리면서 만약 삼일교회 쪽 정 변호사나 남 변호사가 법으로 압박해오면 전별금 지급 사실을 기사화해 달라고 당부해 놓았습니다.


피해자는 보호하지 못했지만 애꿎게 기자들마저 법적 조치의 희생양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지난 해 7월 6일의 일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삼일교회와 전병욱 씨 사이에 13억이 오간 정황은 알 만한 사람은 이미 알았던 셈입니다. 당회 측이 13억이란 어마어마한 액수를 전 씨에게 지급하면서 삼일교회 교인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1년이 넘게 숨겨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의아스럽기만 합니다.


전병욱의 교회개척, 과연 삼일교회의 책임은 없는가?


트위터를 비롯한 SNS 상에는 전병욱의 교회개척이 큰 이슈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루에도 몇 개씩 관련 글들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띠는 글 하나가 눈에 띠어 여기에 인용해 봅니다.



홍대새교회는 사실상 삼일교회 장로들이 설립한 것과 다름없다. 진상을 밝혀야 할 때 망설이지 말고 진실을 말하고 교회를 수습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침묵했다. 그들의 침묵이 오늘날 한국교회에 끼친 피해를 생각해보라. 청빙보다 중요한 것은 진실이다.


이 글의 작성자는 故 옥한흠 목사님의 아들인 옥성호 님입니다. 제 마음도 꼭 이렇습니다. 저는 교회 측이 처음부터 전 씨의 실족에 대해 결연한 의지로 사건 진상규명과 치리에 나섰다면 교회개척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교회 측은 사건발생 초기부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척결 보다는 은폐와 축소에 급급해왔습니다. 저에 대해 소송을 걸면서도 이미 '전병욱은 크게 잘못하지 않았다'는 가설을 세워놓은 상태에서 사건을 몰아갔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움직임들은 전병욱 씨에게 유리하게 작용했습니다. 교회 측의 논리대로라면 그는 크게 잘못한 사실이 없는데다 2010년 11월 1일 공개 사과를 했으니 목회를 재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기 때문입니다.


뒤늦게나마 교회 측이 전 씨의 성범죄 사실을 알리고, 그의 성범죄가 일회성이 아니라는 걸 밝힌 건 환영하고 싶습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면 교회 측의 노력을 폄하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인 것 같아 이야기하려 합니다.


교회 측은 저와의 예비접촉에서는 입증이 가능한 하나의 사건, 즉 [뉴스앤조이]에 의해 불거진 사건만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었습니다. 여타의 성추행 피해 사례들은 입증하기 곤란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핑계일 뿐 논의가 본격화되면 교회 쪽은 피해자의 증언을 거짓말로 몰아갔을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실제 교회 측은 피해자였던 자매를 고소대상에 올려놓았습니다.


이런 의문이 듭니다. 만약 전병욱 씨의 교회개척이 가시화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요? 교회 쪽이 전 씨의 실족사실과 전별금의 실체, 추가 피해사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려 했을까요? 현재 삼일교회 당회 장로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전 씨가 교회 측과 한 약속을 헌신짝처럼 취급했기에 여러모로 심기가 불편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의 교회개척에 대해 교회 측은 책임이 없는지 곰곰이 따져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금 그가 교회개척에 나서자 피해사례가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삼일교회 당회는 지금 상황이 전 씨보다 피해 자매들이 더 괴로운 상황임을 명확히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피해 자매들이 과거 전 씨에게서 당했던 수치를 다시 들추어내는 아픔을 감수하고 폭로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교회 측에게 당부 드리고 싶은 건, 이런 흐름에 편승해 모든 책임을 전병욱 씨에게 전가시키려 하지 마시라는 것입니다. 교회 역시 책임을 통감해야 합니다. 그의 실족과 피해자매들의 아픔에 책임을 통감하고, 이를 치유하고 어루만져 줄 각오로 나서야 사태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면 삼일교회 역시 공범이란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소 취하 이후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습니다. 특히 영화 '도가니'를 보고 나서는 트라우마 같은 것이 생겨 상당 기간 힘들었습니다. 합의문에 서명하던 그 날 일이 떠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변호사들이 피해자의 진술을 거짓으로 무력화 시키는 장면은 한참 동안 저를 괴롭혔습니다. 좀 더 진중했어야 했는데, 아니 아예 이런 일을 하지 말았었어야 했는데 하는 자책감에 시달렸습니다.


하지만, 지금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살아서 역사하시는 분이심을 깨닫게 됩니다. 제 주장이 좀 거칠었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어도 그것이 교회를 음해하려 한다거나, 교회를 욕되게 한 것이 아니라는 게 하나하나 밝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지면을 빌어 그동안 제게 도움을 줬던 분들에게 감사를 드리며, 또 소송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면서 마음 불편해 했을 모든 분들께 사과의 뜻을 전합니다. 무엇보다 피해자들에게 2차 피해가 가게끔 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픕니다. 평생토록 이 죄과는 씻을 수 없을 것입니다. 또 삼일교회 신도들에게 알립니다. 여러분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혔고, 이는 다 저의 연약한 품성 때문이라는 것을....


마지막으로 전병욱 씨에게 한 말씀 드립니다. 지나친 표현이고, 그래서 당신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남 변호사나 다른 법조인을 동원해 다시 한 번 제게 법적 조치를 취해도 이 말만큼은 꼭 해야 하겠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신은 회개할 사람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렇다고 해서 당신의 목회재개를 저지할 마음은 없습니다. 이건 제 능력 밖의 일일 뿐더러 당신의 목회재개 따위엔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변호사를 동원해 당신이 욕보인 피해자들에게 또 한 번의 상처를 주려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당신은 당신을 보호해주려던 교회 측 장로님들이나 법률 대리인마저 속인 사람입니다. 또 다시 사람들을 기만하려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졌다간 진정 하나님의 징벌을 피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ps.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덧붙여.... 삼일교회 재직 중인 한 성도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