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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아웃라이어] 평범해서 싱겁기까지 한 성공의 법칙

아웃라이어(OUTLIERS)성공의기회를발견한사람들
카테고리 자기계발 > 성공/처세
지은이 말콤 글래드웰 (김영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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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 - 떠올리기만 해도 가슴을 설레게 하는 낱말이다. 누구나 성공을 꿈꾼다. 그렇지만 성공에 다가가는 방법은 무언가 특별해 보인다. 성공을 일궈낸 사람들의 삶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에 비해 특별하기만 하다. 지능도 남들보다 뛰어나고, 재능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할 것만 같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자신들은 절대 성공을 이뤄낼 수 없다는 말로 자신을 위로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여전히 성공에 대한 미련은 버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를 읽고 난 뒤라면 생각은 달라져 있을 것이다. 먼저 이 책의 제목인 '아웃라이어(Outlier)'의 개념부터 짚어보자. 아웃라이어의 사전적 정의는 1. 본체에서 분리되거나 따로 분류되어 있는 물건 2. 표본 중 다른 대상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통계적 관측치다. 한 마디로, 어딘가 '튀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어딘가 '튀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독특한 필살기가 있기 마련이다. 캐나다의 저널리스트인 말콤 글래드웰은 실증적 연구결과를 토대로 튀는 사람들의 필살기를 추적해 나간다. 이를 통해 글래드웰은 '성공'을 둘러싼 신화를 보기 좋게 무너뜨린다. 세상 사람들은 머리가 좋거나 재능이 뛰어나면 성공한다고 굳게 믿는다. 이런 믿음을 뒷받침해줄 사례는 얼마든지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말콤 글래드웰은 지능지수로 대표되는 지적 능력이나, 음악적 재능이 반드시 성공을 담보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한다.


비틀즈의 성공은 흔히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의 천재성으로 설명된다. 그렇지만 비틀즈가 무명 시절 함부르크의 클럽에서 일주일 내내 연주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저자인 글래드웰의 통찰은 이 대목에서 빛난다.


"비틀즈는 1960년대에서 1962년 말에 걸쳐 다섯 차례나 함부르크에 다녀왔다. 처음 방문했을 때 그들은 106일 밤을 매일 네 시간 이상을 연주했다. 두 번째 여행에서는 92번이나 무대에 올랐고 세 번째에는 48번을 무대에 올라 172시간이나 연주했다. 마지막 두 번의 함부르크 무대예약은 1962년 11월과 12월에 있었는데, 그때 90시간을 더 연주했다. 모두 합하면 비틀즈는 1년 반 넘는 기간에 270일 밤을 연주한 셈이다.


그들이 처음으로 성공의 대박을 터뜨린 1964년까지 그들은 모두 1,200시간을 공연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은 얼마나 특별한 경험일까? 오늘날 수많은 밴드는 전체 경력을 통틀어도 그만큼의 연주를 하지 않는다"


- 말콤 글래드웰, '아웃라이어'


비틀즈의 성공은 두 천재 뮤지션인 폴 매카트니와 존 레논의 존재가 아닌, 쉼 없는 연습의 산물이었다. 물론 두 뮤지션이 비틀즈의 성공에 큰 기여를 했지만 말이다. 성공을 거머쥐는 데 있어, 지적능력, 혹은 예술적 재능이 일정 정도 기여하는 건 사실이다. 그렇지만 보다 중요한 점은, 끊임없는 연습이 성공으로 가는 길이라는 점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고 약간의 재능이 있는 일을 쉼 없이 해나간다면 성공에 다다를 수 있다. 이 대목에서 저자인 글래드웰은 아주 희망적인 메시지를 던진다.


"성공은 예측 가능한 경로를 걷는다"


그렇지만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똑같은 노력을 들인다고 해도 나타나는 성취도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계 학생이 같은 또래의 타인종 학생들보다 수학에서 두각을 드러낸다. 또 어떤 특별한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것도 아닌데, 유독 펜실베니아의 로제토 마을 주민들만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보통의 미국인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글래드웰은 이러한 차이를 문화적 유산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유독 아시아계 학생이 수학에 능한 이유는 아시아계 언어가 수자를 발음하기 편리한 언술체계이며, 노력을 중시하는 농경문화에서 비롯됐고, 펜실베니아의 로제토 마을 주민들이 심장마비에 걸릴 확률이 보통 미국인에 비해 현저히 낮은 이유는 로제토 마을 특유의 가족중심주의 문화라는 설명이다.


게다가 '때'를 잘 타고 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 경제 전문잡지인 포브스지가 선정한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한 75인의 명단엔 19세기 중반에 태어난 미국인이 14명이나 이름을 올렸다. 앤드루 카네기, 존 D. 록펠러, 프레드릭 와이어하우저.... 이들은 하나 같이 미국 경제가 역사상 가장 큰 변화를 겪고 있던 1860년대와 1870년대를 풍미한 이들이다. 이 시기는 철도가 건설되고 월스트리트가 태동하던 시기였다. 14명의 미국인들은 1832년과 1840년 사이의 시기에 태어나 경제적 대격변기에 청춘을 보내면서 거부를 축적했다. 그야말로 '때'를 잘 타고 났던 것이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분명히 기억하자. 문화적 유산, 그리고 '때'가 성공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변수는 아니라는 사실을. 훌륭한 문화적 유산을 지녔어도, 그리고 경제적 황금기에 태어났어도, 일정 정도의 능력을 갖춰야 하고, 더욱 중요하게는 자신이 지닌 능력을 십분 갈고 닦지 않으면 성공의 길은 요원할 뿐이다. 그러나 역으로, 일정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그 능력을 거의 소진하다시피 많은 시간 동안 갈고 닦으면, 자신이 속한 사회의 문화적 유산, 그리고 물리적 시간과 상승작용을 일으켜 '성공'의 열매를 거머쥘 수 있게 된다. 성공이 이런 과정으로 얻어진다면 정말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든 성공할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라이어'가 가르쳐 주는 교훈은 바로 이런 평범한 성공의 진리다. 이제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어서, 한 시라도 빨리 성공의 길로 나아가자. 성공은 너무나도 가까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