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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르포] 밴쿠버의 짙은 그림자,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밴쿠버의 짙은 그림자,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거리풍경. 이 거리는 사실상 노숙자와 걸인, 매춘부, 마약 중독자들이 점령한 상태다. 뒷골목에서는 벌건 대낮에도 마약밀매가 거리낌 없이 이뤄진다. 



* 마약밀매를 단속하는 현지 경찰. 이들은 수수방관하다시피 마약밀매를 방치한다.현지 경찰들은 그저 조심하라는 당부뿐이다. 이들 역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 마약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노숙자들. 이들은 뒷골목 마약밀매상들에게 접근해 약을 얻은 뒤 약에 취해 인사불성이 돼 거리를 헤메인다.


캐나다 제3의 도시 밴쿠버는 겨울과 여름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이 도시의 겨울은 사람을 한없이 우울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도시는 겨울만 지나고 나면 진면모를 드러낸다.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싱그러운 바닷바람과 고풍스런 도심은 아늑한 느낌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밴쿠버는 UN이 선정하는 '세계에서 살기 좋은 도시' 상위권에서 좀처럼 벗어나 본 적이 없다. 현지 한국 교민들은 우스갯소리로 '이곳이 천당 바로 밑 구백 구십 구당'이라고까지 할 정도다.

 

하지만 빛이 강렬하면 그림자도 짙기 마련이다. 캐나다를 동서로 관통하는 1번 프리웨이에서 26번 출구로 빠져나오면 이스트 헤이스팅스가로 접어든다. 이 길을 따라 도심으로 들어가다 보면 다운타운 이스트 지구와 마주친다.


이 지구는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라는 밴쿠버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 지구는 사실상 노숙자와 걸인, 매춘부, 마약 중독자들이 점령한 상태다. 때론 갱들끼리의 구역다툼이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한다. 뒷골목에서는 벌건 대낮임에도, 더구나 경찰이 단속함에도 아랑곳없이 삼삼오오 마약밀매 행위가 벌어진다. 현지 경찰의 순찰 근무는 2인 1조로 이뤄진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3인 1조로 순찰 근무를 한다. 그만큼 위험하다는 이야기다.


이런 실태를 보다 못한 밴쿠버 시 당국은 아예 인근 약국에 마약을 비치해 원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기까지 한다. 이러자 근처의 캘거리와 저 멀리 토론토는 물론, 심지어 미국의 마약중독자들까지 원정오기도 한다.

 

이곳 사람들은 아무런 생의 목적의식 없이 그저 마약에만 의지하는 인생을 살아간다. 마약 중독자 대부분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후예들이다. 이들이 마약에 취해 흐느적거리는 모습은 안쓰러울 정도다. 거리의 중독자들은 약국에서 나눠주는 마약의 약발(?)이 너무 약해 더 강력한 마약을 구하지 못해 안달한다. 마약 살 돈을 구하기 위해 구걸은 기본이고 거리의 쓰레기통은 있는 대로 뒤져서 조금이라도 돈이 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되팔아 버린다. 그나마 이 정도는 점잖은 편에 속한다. 


밴쿠버 도심이나 쇼핑몰에서 주차를 할 때 GPS나 소지품 가방 등 조금이라도 돈 될 만한 물건들은 반드시 운전자가 갖고 주차를 해야 한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마약중독자들이 유리창을 부수고 차에 있는 모든 물건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이다. 이들은 마약을 위해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추악한 짓도 마다하지 않는다.

 

원래 이 거리는 80년대까지는 쇼핑몰이 밀집한 상점가였다고 한다. 이러던 것이 시어즈, 허드슨 베이 같은 대형 유통체인의 등장으로 군소 상점들이 하나씩 하나씩 문 닫으면서 슬럼가로 전락해 버렸다. 대낮에도 이 지구를 지나다 보면 등골이 오싹해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현지인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10년 전에 비하면 많이 좋아졌다고 입을 모은다. 좋아진 게 이정도면 10년 전은 어땠다는 이야기인가?

 

밴쿠버 시 당국은 1993년부터 재개발 계획을 세운 한편으로 2010년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노숙자들을 위한 쉼터를 마련했다. 시의 목표는 거리정화다. 하지만 어두움이 워낙 짙게 드리워 쉽게 손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미의 마약해방구'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이 지구상에 지옥이 있을까? 있다면 바로 이곳이 지옥일 것이다.


@ 2010.01. 밴쿠버 다운타운 이스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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