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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축구팬을 우롱해도 유분수지....


* 문제의 TV중계 화면


스포츠는 환희와 좌절, 감동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그래서 극적인 장면들이 마구 쏟아져 나온다. 


유로2012 독일과 이탈리아의 4강전, 초반은 독일의 페이스였다. 하지만 발로텔리에게 역습 헤딩골을 내주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골 역시 역습에 내주고야 만다. 이탈리아의 몬톨리보는 전방에 나가 있던 발로텔리를 보고 롱 패스를 찔러줬다. 최종 수비라인에 섰던 필립 람의 키가 5cm만 더 컷어도 이 패스는 짤렸을 것이다. 발로텔리는 몬톨리보의 패스를 받아 폭발적인 강슛으로 골을 만들어 냈다. 골을 넣은 발로텔리는 물론 이탈리아 선수와 벤치는 너나 할 것 없이 뛰쳐 나와 열광했다. 


이 순간 화면은 눈물을 흘리는 독일 여인의 모습을 비춰줬다. 이 장면은 승승장구 하던 독일이 천적인 이탈리아의 벽에 막혀 진군을 멈췄다는 걸 상징하는 장면으로 남았다. 경기를 보던 나 역시 이 장면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놀라운 소식이 전해졌다. 이 여인의 눈물이 발로텔리의 골 장면에서 나오지 아니었다는 것이다. 주최측인 UEFA 중계진이 사전에 녹화했다가 극적 효과를 위해 발로텔리의 골 장면에 끼워 넣었다는 이야기였다. 이 여인은 독일 국가 연주때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고 밝혔다. 


허탈하다. 사실 이런 조작은 사진-영상 미디어에서 흔히 벌어진다. 시청율이 높아야 광고 매출을 올릴 수 있고, 그러려면 임팩트 있는 장면을 잡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없는 사실을 만들어 낸다거나 장면을 편집하는 건 저널리즘의 기본인 사실성과 신뢰를 저버리는 처사다. 


전차군단 독일의 팬이었던 나는 이 여인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고 같이 슬퍼했는데, 이게 편집이라니 완전 사기 당한 기분이다. 새벽잠 설쳐가며 경기를 봤던 축구팬을 우롱해도 유분수지....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더구나 '전차군단' 독일 축구대표팀의 오랜 팬으로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 중계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UEFA측이 잘 알아서 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