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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국제구호와 봉사에 관한 짧은 생각



@ 2011.02.01. 남아프리카 공화국 필리폴리스


한 몇 년 동안 아주 잘 알려진 국제구호기구에서 자원봉사와 후원활동을 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회의가 생겨 모든 걸 다 중단했다. 앞으로 후원은 이어나갈 생각이지만 굿 네이버스니 월드비전이니 하는 단체를 통해서 하지는 않을 것이다. 


후원이나 자원봉사에 회의감이 든 첫 번째 이유는 구호단체들이 정작 본질인 '구호' 보다 기관 '홍보'에 더 열을 올리고 있어서다. 구호단체의 활동이 일정 정도 성과를 내려면 홍보는 필수적이다. 하지만 최근 봉사와 후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구호단체들이 자꾸 생겨났고 이 단체들끼리의 경쟁은 불가피해졌다. 이러다 보니 후원자들로부터 모은 기금이 구호 보다 홍보에 더 많이 쓰여지는 기현상이 생겨나고 있는 실정이다.  


두 번째 이유는 후원이나 봉사를 경제적 우월감의 표현으로 여기는 인식이다. TV나 신문지상에서 구호활동을 위한 이벤트 관련 보도에서 한국의 어린이들이 어떤 말 하는지 가만히 들어 보라. 이 아이들은 하나 같이 '우리 보다 가난하고 형편이 못한 아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식으로 이야기한다. 아이들의 생각이 잘못이라고 일방적으로 매도할 수 없다. 어른들이 잘못 가르친 탓이 크니까 말이다. 


실제 남아프리카 공화국에 갈 기회가 있었다. 그곳 아이들의 환경에 비하면 한국의 아이들은 모든 것이 완벽하게 갖춰진 환경에서 자라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이 이 아이들이 한국의 아이들보다 못하다고 이야기할 근거가 될 수 있을까? 


보고 느낀 바에 따라 이야기하면 남아프리카 아이들은 적어도 아이 본연의 순수함은 지니고 있었다. 또 어른들이 이 아이들에게 경쟁이나 성공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그저 병 없이 해맑게 뛰어 놀고 공부할 시기를 놓치지 않고 제때 학업에 충실하기만 바란다. 


한국의 아이들은 어떤가? 말을 알아듣기 무섭게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에 취직해 돈 많이 벌어야 성공한 삶이고 행복한 삶이라는 훈계를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듣지 않던가? 오로지 성공과 경쟁만이 최고의 가치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생존만을 강요당하는 우리의 아이들이 저 멀리 아프리카에 사는 아이들을 향해 우리 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을까? 


더 잘 사는 처지에 경제적으로 좀 부족한 처지의 아이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무언가를 베풀어 주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저 아이들에 비해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 현재 구호나 봉사에 많은 거품이 껴 있는게 현실이다. 이 거품이 쉽게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거품이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한, 봉사나 후원은 유보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