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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 Talk

영상언어의 카프카, 크리스토퍼 놀란



다크 나이트 라이즈 (2012)

The Dark Knight Rises 
9.7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
출연
크리스찬 베일, 톰 하디, 리암 니슨, 조셉 고든-레빗, 앤 해서웨이
정보
액션, 범죄 | 미국, 영국 | 165 분 | 2012-07-19



영상언어의 카프카, 크리스토퍼 놀란

신작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학수고대하며





체코 출신 작가인 카프카의 작품은 몽환적이고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하지만 작품 속 이야기는 놀랄 만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난 영국 출신의 영화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에서 카프카의 환생을 본다. 


그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린 2000년 작 '메멘토'의 이야기는 참 단순하다. 기억상실증에 걸린 보험회사 세일즈맨의 기억 찾기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기발하기 그지없다. 흡사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시키 듯 시간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아무렇지 않게 넘나든다. 이 같은 시간배치는 현실의 이야기에 몽환적인 느낌을 불어 넣어 준다.


그는 2005년 '배트맨 비긴즈'를 연출하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한다. 점차 쇠락해 가던 배트맨 시리즈도 그의 손길을 거치며 명품으로 거듭났다. 이 작품에서도 그의 시간 감각은 돋보인다. '메멘토'에서 구사했던 시간의 혼재는 배트맨의 기원과 현재의 활약상을 훌륭하게 설명해 준다. 일반 액션영화 감독들, 특히 오우삼 감독 같았으면 다분히 설명적인 어조로 흐르기 쉬운 대목이었는데 말이다.


그의 연출력은 2008년 작 '배트맨 다크 나이트'에서 화려한 꽃을 피운다. 조커는 온갖 기행을 일삼으며 고담시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하비 덴트 검사와 레이첼, 배트맨은 그에 맞서 정의를 수호한다. 하지만 어둠의 힘이 워낙 강했던 탓에 큰 희생을 치르고야 만다. 고담시는 가상의 공간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펼쳐지는 배트맨과 조커의 접전, 하비 덴트와 레이첼, 브루스 웨인의 미묘한 삼각관계는 놀랄 만치 현실적이다. 


그는 2년 뒤 '인셉션'으로 또 한 번 영화계를 뒤흔든다. 인간 의식에 내재한 꿈이 충을 이룰 수 있으며, 보다 중요하게는 꿈속으로 침투해 들어가 의식을 조작할 수 있다는 설정은 가히 충격적인 메시지를 전해줬다. 무중력 상태의 호텔 회랑에서 무의식과 싸움을 벌이는 장면은 실로 압권 중의 압권이었다. 


이번 7월, 그의 신작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가 개봉될 예정이다. 출연진의 면면을 살펴보니 다크 나이트와 인셉션을 얼버무려 놓은 듯한 느낌이다. 트위터 상에 드문드문 시사회평이 올라오는데 환상적이라는 찬사가 대부분이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연출을 거듭할수록 상상 이상의 그 무엇을 보여줬다. 특히 현실과 초현실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모습은 카프카의 소설을 방불케 한다. 그의 신작 '배트맨 다크나이트 라이즈'를 학수고대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