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라자르역 ⓒ Martine Franck/Magnum Photos/유로크레온
서울에서 아주 의미 있는 사진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마크 리부, 그리고 얀 사우덱. 얀 사우덱의 이름은 생소하지만 앞서 든 두 명의 사진작가는 현대 사진의 1세대들로 꼽히는 저명한 작가들이다.
먼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 대해선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가 완성한 이른바 '결정적 순간'은 전국민이 사진작가인 대한민국에서 이미 상식으로 통한다. 그의 작품은 미학적으로도, 그리고 시대의 기록이란 가치면에서도 아주 뛰어나다.
마크 리부는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에게 직접 사사 받은 사진가다. 그의 이름을 듣지 못했어도 군인들의 총칼 앞에 꽃한송이를 들고 애처롭게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을 담은 사진은 한 번쯤은 봤을 것이다. 그 사진을 찍은 작가가 바로 마크 리부다.
꽃을 든 여인, 베트남전 반전 시위, 1967 ⓒ Marc Riboud
에펠탑의 페인트공 ⓒ Marc Riboud
특히 그가 찍은 '에펠탑의 페인트 공 연작'은 아름다우면서도 충격적이다. 발 한 벗 헛디디면 바로 죽음인 에펠탑에서 한껏 멋을 부리며 페인트칠을 하는 노동자의 모습은 노동자들의 애환을 담은 것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온다.
그의 연작은 루이스 하인을 떠올리게 한다. 루이스 하인은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건설현장 노동자들을 담았다. 특히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철제 빔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아찔하기 그지 없다. 리부의 연작은 하인의 그것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마크 리부의 사진은 브레송과 마찬가지로 시대의 기록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높은 가치를 갖는 작품들이다. 이런 작품들을 서울에서 만날 수 있어 기쁘기 그지 없다.
끝으로 얀 사우덱의 경우는 무척 의외다. 그의 작품은 보기에 따라선 외설로 해석할 여지가 충분하다. 몇몇 작품들은 여성의 육체에 대한 갈망, 그리고 매저키스트적인 느낌이 강렬하다. 하지만, 그의 작품을 단순히 외설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Hamlet, Prince of Denmark ⓒ Jan Saudek
그의 작품은 육체의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특히 그의 애인을 시기별로 찍어 하나의 시퀀스로 연결한 누드작품은 무척 감동적이다. "세월은 흘러 육체가 예전같지는 않더라도 당신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으로 읽힌다.
얀 사우덱의 사진전이 의외라고 느껴지는 건, 이 사회가 이상할이만치 보수적이고, 문화에 무지함에도 아무런 논란 없이 조용히 열리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주최측이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홍보를 자제하는 것일까?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마크 리부, 얀 사우덱, 이 세 거장들의 작품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무래도 흔치 않을 것이다. 일상에 쫓겨 바쁠테지만 꼭 시간을 내어 모두 관람하기를 권한다. 그럴만한 가치가 있는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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