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en Years in the Life of My Veronika, 1972, 1977, 1982 ⓒ Jan Saudek
체코 출신의 사진작가 얀 사우덱(1935~)의 사진전이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체코 출신의 사진가하면 얼른 요셉 쿠델카를 떠올리게 된다. 하지만 얀 사우덱은 문학의 프란츠 카프카, 음악의 베르드지흐 스메타나와 함께 체코가 배출한 문화예술계 3대 거장의 한 명으로 꼽힌다고 한다.
그의 사진은 회화적이면서 어딘가 모르게 그로테스크한 느낌을 풍긴다. 특히 그의 누드 사진은 보는 시각에 따라서는 외설로 읽혀질 만큼 강렬한 성적 충동을 자아낸다. 새디즘-매저키즘의 심리도 엿보인다. 그러나 그의 작품을 간단히 외설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따스한 인간미가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가 탐미적인 시각으로 여성의 육체를 바라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가운데 그의 연인 베로니카를 1972년과 1977년, 그리고 1982년의 세 시기에 걸쳐 찍은 뒤 하나의 시퀀스로 연결한 작품이 가장 큰 감동을 준 작품으로 꼽고 싶다. 이 작품을 보면 세 시기 동안 연인의 몸에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는 걸 금방 알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름답던 가슴은 처지기 시작하고 복부의 살은 비대해져 간다. 하지만 작가의 시선엔 연인에 대한 애정이 여전해 보인다. 이 시퀀스를 통해 '세월이 흐르면서 당신의 몸은 예전같지 않지만 내 사랑은 변치 않았소'라는 메시지를 연인에게 던지는 듯한 느낌이다.
한국에서도 자신의 아내의 누드를 찍어 세상에 공개한 사진작가가 있었다. 작가의 이야기에 따르면, 아내는 처음에 불편해 했었단다. 하지만 젊고 예뻣던 과거의 사진과 대조해 보며 이렇게 나이 먹을 줄 알았으면 한창 때 좀 더 섹시하게 사진 찍어 놓았으면 좋았을걸 하면서 아쉬워 했더란다.
누드 사진에서 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인간미를 느껴보기는 처음이다. 얀 사우덱의 사진이 외설이 아니라 당당히 작품으로 대접 받고 현존하는 사진예술의 대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전시는 7월15일까지. 단 19세 이하 관람 불가 !
@ 2012.06.15. 인사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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