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군단' 독일 국가대표 축구팀을 말한다
유로2012 대회가 한창이다. 개인적으로 유로 대회가 월드컵 보다 더 박진감 넘친다고 생각한다. 축구로 날이 새는 유럽만의 색깔을 생생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좋아하는 팀이 있기 마련, 난 단연 독일 대표팀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독일은 월드컵이든 유로 대회는 늘 좋은 성적을 거둬들였다. 늘 16강 통과가 목표인 한국으로선 부럽기만한 성적표다. 과연 그 비결은 뭘까?
확실히 독일 사람들은 잘 생긴 것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여자의 경우는 더하다. 최근에야 배우 다이앤 크루거, 프랑카 포텐데,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 등 세계적인 미인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지만 독일 여인들은 여전히 미모와는 좀 거리가 있다. 대신 독일인들, 그러니까 게르만 민족은 신체조건은 뛰어나다. 남자고 여자고 기골들이 장대하다.
독일이 축구에서 늘 강세를 보이는 이유도 이런 신체조건 때문일 것이다. 독일 축구는 늘 거칠고 투박한 스타일이었다. 독일이 전차군단이라는 별명을 얻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또 세트피스 상황에서 고공 플레이에도 아주 능했다. 키커가 공을 띠워주면 공격수가 머리로 받아 골을 넣는다는 말이다. 이런 플레이 스타일은 게르만족의 신체조건이 뛰어났기에 나올 수 있었다.
독일 축구는 그래서 늘 꾸준히 좋은 성적을 냈어도 재미는 덜했다. 사실 거칠고 투박하고 단조로운 플레이를 좋아할 팬들은 별로 없다. 그러던 것이 2006년 독일 월드컵을 기점으로 독일 축구는 빨라지고, 화려해졌다.
클린스만, 독일의 팀칼러 확 바꿔
2006년 월드컵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 축구는 쇠락에 쇠락을 거듭하고 있었다. 2000년과 2004년 유로 대회에선 단 1승도 건지지 못하고 예선탈락하는 아픔도 맛봐야 했다. 전차군단이라는 명성이 무색할 정도였다.
독일 대표팀에 활력을 불어넣은 주인공은 유르겐 클린스만이었다. 클린스만은 미국의 프로스포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는 대표팀 운영을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의 역할은 최소화시켰다. 이를테면 체력 훈련은 미국의 피트니스 전문가에게, 전술훈련은 코치에게 일임하는 식이다. 그는 스포츠 심리학자를 동원해 선수들의 멘탈을 관리하는 세심함까지 보였다.
현재 감독을 맡고 있는 요하임 뢰프는 클린스만의 유산을 충실히 계승했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 시절 코치를 지내면서 전술전략을 구상했다고 한다. 클린스만-뢰프 콤비는 투박하던 독일 대표팀을 누구나 좋아할 수밖엔 없는 팀으로 탈바꿈시켰다.
유로2012 관련 뉴스를 다루면서 일부 언론에서는 독일이 준우승 징크스가 있다,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식으로 기사를 쓴다. 이건 독일의 저력을 몰라서하는 소리다. 독일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연거푸 준우승에 머물렀다. 하지만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선 당당히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결승 상대는 전대회에서 패배를 안겼던 아르헨티나였다.
한편 독일은 1994년 미국 월드컵 8강전에서 불가리아한테 허망하게 역전패하고야 만다. 이로 인해 1996년 유로 대회에선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 그러나 독일은 개최국 잉글랜드와 체코를 차례로 꺽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체코와의 결승전은 드라마와도 같았다. 선제골을 내줘 패색이 짙었으나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올리버 비어호프가 동점골과 역전골을 잇달아 성공시켜 체코를 무너뜨린 것이다.
승부차기의 최강자 독일
독일의 저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는 바로 승부차기다. 독일은 승부차기에 관한 한 가히 독보적이다. 월드컵, 유로 대회 등 메이저 대회에서 승부차기 승률은 100%다.
메이저 대회의 경우, 조별리그를 거쳐 토너먼트로 가면 정규시간 내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연장전을 치른다. 연장전에서도 승부가 나지않으면 승부차기로 결판을 낸다. 승부차기는 의외성이 많아 경기를 지배 하더라도 실축해 탈락하는 경우가 꽤 많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독일의 승부차기 승률 100%는 가공할만한 기록이다. 토너먼트에서 독일이랑 맞붙는 팀은 정해진 시간 안에 결판을 내야한다. 그렇지 못하면 승부차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이 유독 승부차기에 강한 이유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우선 독일팀 특유의 소심줄 같은 조직력이 승부차기에서 강점으로 드러나는 것 같다. 독일은 밀리더라도 쉽게 경기를 내주지 않는 팀이다. 뒤지고 있어도 곧잘 만회골을 잘 터뜨린다. 특히 승부차기는 기싸움이 반이다. 그런 기싸움에서 독일이 능하다는 말이다.
또 역대로 훌륭한 골키퍼 자원들이 많이 배출됐다. 멀리 갈 것도 없다. 90년대부터 따져보면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우승의 주역 보도 일그너, 1996년 유로 우승 당시의 안드레아스 쾨프케, 2002년 월드컵 야신상에 빛나는 올리버 칸, 야신상 수상자 올리버 칸을 밀어내고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 주전 자리를 꿰찬 옌스 레만, 그리고 현재 마누엘 노이어까지. 특히 2002년 월드컵 당시 독일 대표팀 멤버는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리버 칸은 팀의 주축으로 활약하며 독일을 결승까지 올려놓는데 큰 공헌을 했다.
쟁쟁한 골키퍼가 문전에서 버티고 있으면 키커들은 주눅들기 마련이다. 독일은 끈끈한 조직력과 걸출한 골키퍼들을 앞세워 상대팀을 자주 울렸다. 특히 잉글랜드가 자주 독일의 먹잇감이 됐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4강전에서 잉글랜드는 게리 리네커를 앞세워 독일을 시종몰아 붙였다. 하지만 결국 승부차기에서 고개를 떨궜다.
잉글랜드는 자국에서 열린 1996년 유로대회에서 또 다시 승부차기에서 패했다. 알란 셰어러, 폴 가스코인을 앞세워 시종 우세한 경기를 하고도 말이다. 잉글랜드가 독일에게 자꾸 밀리자 개리 리네커는 이런 명언을 남겼다.
축구는 22명이 공을 쫓아 뛰다가 결국에는 언제나 독일이 이기는 단순한 게임이다
독일은 2002 한일월드컵 준우승, 2006 독일 월드컵-2010 남아공 월드컵 3위, 유로2008 준우승 등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왔다. 월드컵은 1990년 이후, 유로 대회는 1996년 이후 우승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사실 주요 대회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낸다는 게 더 대단한 거다.
독일 속담에 '끊임 없는 물방울이 돌을 뚫는다(Steter Tropfen höhlt den Stein)'는 말이 있다. 게르만족 특유의 우직함을 잘 보여주는 속담이다. 유로2012 대회에서 독일은 까다로운 상대인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를 차례로 꺾으며 순항하고 있다. 전차군단 독일의 선전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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