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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문학이 비추는 현대사] 칠레 군부 쿠데타와 영혼의 집



영혼의 집

저자
이사벨 아옌데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03-07-0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미래의 일을 예지할 수 있는 클라라, 소작인의 아들을 사랑한 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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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비추는 현대사] 칠레 군부 쿠데타와 영혼의 집 


아구스토 피노체트(1915~2006)는 쿠데타로 아옌데 정권을 탈취한 뒤 순식간에 칠레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의 공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분분하다. 하지만 그가 저지른 야만적인 행각은 역사의 심판을 피해가지 못할 것임은 분명하다. 

 

아옌데의 조카이자 '백년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와 함께 남미 현대문학의 대표주자로 손꼽히는 이사벨 아옌데는 칠레의 군부 쿠데타가 빚은 참극에 다가선다. 이 작품이 바로 '영혼의 집'이다. 


에스테판 트루에바는 자수성가해서 정계에 진출해 상원의원직까지 거머쥔다. 그러던 차 칠레엔 살바도르 아옌데가 이끄는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지주이며 귀족주의적이고 친미적인 그는 이를 못 마땅히 여겨 쿠데타를 계획한다. 쿠테타에 필요한 일들, 이를테면 자금을 모으고 군부를 끌어들이고 미국의 암묵적인 지원도 확보해 내는 일 등등은 모두 그의 몫이었다. 그는 이 일들을 완벽하게 지휘했다. 


그에겐 블랑카라는 이름의 딸이 있었다. 그녀는 지주들의 횡포에 맞서 빈농의 권익을 옹호했고, 그래서 아버지와도 결별했다. 그런데 칠레 군부는 그녀를 체포해 모진 고문을 가한다. 더욱 역설적인 건 블랑카를 고문하는 장본인이 트루에바의 욕정이 낳았고 그의 추천으로 사관학교에 입학한 사생아였다는 사실이다. 즉 이복오빠가 이복여동생을 고문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트루에바는 자신의 영향력을 총동원해 블랑카를 군부의 손아귀에서 꺼내오려 한다. 하지만 군부는 요지부동이었다. 군부의 시각에서 볼 때 그는 귀찮은 늙은 정치인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그제사 자신의 업보를 깨닫게 된다. 쿠데타의 주역이었던 자신조차 쿠데타의 광풍에 자유로울 수 없음을.... 


피노체트 역시 자신이 쌓아논 공(功)만큼이나 자신이 저지른 과(過)에 자유로울 수만은 없을 것이다. 비록 자신의 육신이 한 줌의 흙으로 화했다 하더라도 말이다. 




 

* 덧붙이는 글


영화로 만들어진 '영혼의 집'은 '정복자 펠레'로 잘 알려진 빌 어거스트의 연출로 영화화됐었다. 제레미 아이언스가 에스테판 트루에바 역을 맡았고 트루에바의 아내 클라라 역엔 메릴 스트립이 등장한다. 이 외에 글렌 클로즈, 위노나 라이더, 안토니오 반데라스 등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이 총 출동해 비극적인 칠레 현대사를 전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