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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선한 사마리아인 '길 위의 신부' 문정현


* 문정현 신부(2011.05. 명동성당)

강정 주민들을 위해 온 몸 내던져  

신약성서엔 강도 만난 자의 상처를 싸매어 주고 돌봐주는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가 기록돼 있다. 사마리아 인이 지나가기 전 제사장과 레위인들이 강도당한 자를 발견했지만 그들은 본채만채 피해갔다. 

제사장과 레위인들은 지금으로 치면 기득권 세력이었다. 이에 비해 사마리아인은 유대인들이 적대시하던 민족이었다. 그런 사마리아인이 강도 만난 자를 돌봐줬던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마리아인을 선하다고 칭찬했다. 

'길 위의 신부'로 잘 알려진 문정현 신부는 이 시대의 선한 사마리아인이다. 그는 제주 강정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문 신부가 제주 강정마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시점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해군기지 건설사업 초기였고, 그때부터 그는 강정 주민들을 위해 선한 사마리아인의 역할을 자처했다. 

이 때 문 신부는 갈치장사를 시작해 1천 여 만원의 수익을 거둬들였고 이 수익금을 지원금으로 쾌척한다. 이후 용산참사, 그리고 4대강 문제로 인해 잠시 강정 마을에 대한 관심을 미뤘다가 지난 해 7월5일 아예 제주도 강정 마을로 이사했다. 

이주 바로 하루 전인 4일엔 '제주 해군기지 건설 저지투쟁을 지원하는 강정평화상단'을 꾸리겠다고 밝혔다. '평화상단'을 통해 전복젓, 소라젓, 조기젓 등을 판매하고 수익금으로 강정 마을 주민들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대의 기득권 세력과 맞서다 고난을 당해야 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은 문 신부에게 고스란히 투영됐다. 그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2011년 8월25일과 9월30일, 그리고 지난 1월30일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고초를 당했다. 2월24일 법원은 결국 업무방해 혐의로 문 신부에게 징역 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럼에도 문 신부는 굴하지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자신보다 온 몸을 던져 해군기지 건설을 막고 있는 주민들을 더 기억해주기를 원한다. 최근엔 트위터를 시작해, 틈틈히 강정 소식을 전하는데 애쓰고 있다. 

강정 주민들을 위해 자신의 몸을 아낌없이 내던지는 문정현 신부의 모습에서 강도 만난 자의 상처를 싸매어 주는 사마리아인의 선함을 발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