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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민주당 털고 갈 것은 털고 가야


민주통합당이 FTA와 관련,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과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박 비대위원장과 이 대통령의 공세 강도는 최고 수준이었다. 박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14일 "여당일 때는 국익을 위해 한·미 FTA를 추진하겠다고 해놓고 야당이 되자 정반대의 주장을 하고, 이제는 선거에서 이기면 FTA를 폐기하겠다는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대통령은 2월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을 통해 논란이 일고 있는 제주 강정해군 기지와 FTA를 동시에 거론하면서 "국가미래의 발전이나 경제 발전이나 또는 안보를 위해서 나는 아주 올바른 결정을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한미FTA가 노무현 前 정부 때 결정된 것이라는 대목을 특히 강조했다.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이 FTA와 관련해 민주당에 공세의 고삐를 당기는 이유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거에서 이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르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인 것이다. 한미FTA가 쟁점으로 부각되면 자칫 '정권심판론'으로 연결돼 정부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동안 정권심판을 별러왔다. 하지만 FTA는 민주당으로서도 아킬레스건이다. 한미FTA 논의는 전 정권에서 시작됐고, 한명숙 민주당 대표는 전 정권의 국무총리로서 FTA를 홍보한 전력이 있어서다. 여당 입장에서 봤을 때, FTA의 충격파를 흡수하려면 민주당의 과거전력을 집중 부각시켜 쟁점을 흐리는 것이 최우선 전략일 수밖엔 없는 셈이다.  

2004년 美 대선이 남긴 교훈 

지난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정권심판의 성격이 강했다.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은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였다. 자신이 벌인 이라크 전쟁이 좀처럼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는 이라크戰 실책을 부각시켜 부시를 심판하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에겐 칼 로브라는 총명한 책사가 있었다. 

칼 로브는 민주당의 케리 후보의 전력을 들춰내기 시작했다. 케리는 1998년 후세인이 "대량 살상무기 개발계획을 추구하고 있다"고 발언했고, 2002년 10월엔 "나는 사담 후세인에게 책임을 물어 그의 대량살상무기를 파괴할 채비가 돼 있다"고 선언했다. 케리의 발언은 부시 정권이 내세운 이라크전 명분과 다를 게 없었다. 무엇보다 케리는 이라크 전쟁 개전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 

칼 로브는 과거 전력을 근거로 케리 후보를 '이랬다 저랬다(fli-flop)' 말 바꾸기로 일관하는 못 믿을 정치인으로 몰아갔다. 칼 로브의 전략은 먹혀들었다. 미국의 유권자들은 케리를 전쟁을 정치적으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니까 입장을 바꾸는 정치인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케리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은성무공훈장을 비롯해 5개의 훈장을 받은 전쟁영웅이었다. 그러나 칼 로브의 네거티브 공세에 밀려 단단히 체면을 구겼다. 

2004년 미국 대통령 선거는 집권여당의 실책이 야당의 자동 집권으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교훈을 남겼다. 특히 야당이 여당이 설정한 의제에 끌려 다녔을 경우, 야당은 여당보다 더 준엄한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깨우쳐줬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FTA공세는 여러모로 2004년 칼 로브가 구사했던 전략과 닮은꼴이다. 민주당이 적절히 대응해 나가지 못하면 정권교체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이 총선승리와 정권교체를 염원한다면 무엇보다 과거의 원죄를 깨끗하게 털어버려야 한다. 

첫 단추는 한미FTA에 대한 명확한 입장정리다. 이 과정에서 국민에게 사과할 부분이 발견된다면 반드시 사과해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FTA에 대한 입장정리조차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기 일보직전이라는 사실을 민주당은 명확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