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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oto Diary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야

또 한 명의 젊은이가 어처구니 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지난 달 28일 서울 지하철 2호선 구의역 9-4번 출입문에서 스크린 도어 보수 작업을 하던 19세 노동자가 들어오는 전동차에 치여 세상을 떠난 것이다. 이 같은 사고는 2013년 성수역, 2015년 강남역에 이어 벌써 세번째다. 

사고현장인 구의역은 메모지로 뒤덮였다. 메모들 속엔 희생자를 추모하는 동시에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몬 우리 사회를 거세게 성토하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었다. 


희생자는 고등학교를 막 마치고 사회에 나온 청년이었다. 그를 살인적인 노동에 시달리게 한 장본인은 이 사회의 높은 곳에 있는 자들이다. 그렇기에 이 자들은 한 노동자의 죽음 앞에 고개 숙여야 하건만, 오히려 뻔뻔하다. 사고 당사자인 서울메트로 측은 근무규칙 위반을 들먹이며 희생자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 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메트로가 관련 서류를 조작했던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사실 이런 광경은 낯설지 않다. 군에 입대한 젊은이들이 잇달아 목숨을 잃어도, 세월호가 침몰해 304명이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다가 죽어갔을 때도 높은 곳에 있던 자들은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았다. 

구의역에 마련된 추모공간엔 컵라면과 함께 맛난 먹을거리들이 놓여져 있다. 제때 식사도 챙겨먹지 못했을 희생자를 위해 마련한 것이다. 


자신의 꿈을 채 펼치지도 못하고 떠난 희생자에게 그저 미안할 뿐이다. 그리고 희생자에게 이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절대 너의 잘못이 아니야"


[2016.06.02. 구의역 9-4출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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